대통령 5년 단임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 현상과 함께 전임 대통령의 정책적 잘못과 비리 의혹을 둘러싼 전·현 권력간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구조적 한계론이 개헌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으로 쇄신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당내에서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론이 서서히 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포럼’에 참석, 대통령 권력분산을 골자로 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제기했다.
안 원내대표는 “한국정치가 전쟁터같이 된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고, 폐해를 없애는 방법은 분권형 대통령제밖에 없다”며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고, 내치(內治)는 수상이 담당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지역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싸움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도 4년 중임제 개헌, 대선 및 총선 동시실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강연에서 “이전부터 두가지(4년 중임제, 대선.총선 동시실시) 모두 찬성해왔다”며 “처음과 레임덕 기간을 빼면 대통령이 일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야당도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겨냥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개헌론 불지피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선 죽기살기식으로 대선을 치르고, 이를 지키기 위해 또 싸워야 한다”며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개헌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제왕이 돼 버려 소통도 안되고 국회가 너무 무력하고 청와대 눈치보기에 바쁘다”며 “권력구조 개편없이는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개헌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현행 제도상 대통령에게 권력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며 “인사권과 4대권력기관도 대통령의 임명권 안에 있다”며 권력분산의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자유선진당은 이 뿐 아니라 전국을 5∼7개 광역단위로 분권화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강소국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김형오 국회의장은 “제헌절 이전에 정치권이 개헌안을 빨리 논의해야 한다”며 개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8월 구성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도 이달말까지 개헌연구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정국상황이 유동적이어서 개헌론 공론화가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집권 2년차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는 여권 입장에서는 섣불리 개헌론을 건드렸다가 국론분열과 국정주도권을 야당에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여권의 지지율 하락현상 등을 고려하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만약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등 중점 개혁법안 처리가 좌절되면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 총력을 집중해야 하고, 야당 또한 결사저지에 나서면서 여야 대결구도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개헌론 공론화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