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당진제철소·동부 전기로 가동되는 2010년 생산량 7천만t으로 늘어 세계 5위 철강국가 ‘우뚝’
1973년 6월9일 오전 7시30분.
포항제철소 제1고로가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된 ‘제2주상(柱上)’에 모여든 임직원들은 숨죽여 용광로를 주시했다. 이어 ‘펑’하는 굉음이 터졌다. 출선구를 뚫고 나온 오렌지색 섬광이 공장 지붕으로 치솟았다. 박태준 사장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불꽃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고로 안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직원들의 발밑으로 황금빛 액체가 꾸물꾸물 모습을 드러냈다.
“나왔다! 나왔다!”
만세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산업의 쌀’ 철강산업이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근대화의 닻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6월9일은 ‘철의 날’이다.
철의 날은 포항제철 용광로에서 처음 쇳물이 나온 1973년 6월 9일을 기념하는 날로, 2000년부터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쇳물이 나오기 시작한 1973년 1천억원에 불과했던 포스코의 매출액은 지난해 30조6천억원을 넘어섰다. 고작 103만t이던 연간 조강생산량은 3천300만t으로 늘어 시가총액 세계 2위 철강회사로 우뚝 섰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광고 문구처럼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국내 주요 산업들이 성장하는 데도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포항제철 창립 41주년. 지금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산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강생산능력은 지난해 보다 403만t 늘어난 6천417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제철과 한국특수형강이 전기로를 신설하는 등 주요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장과 함께 특히 내년에는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하고, 포스코의 신제강 공장 건설도 완료되면 연간 총 생산능력이 7천만t을 넘어설 전망이다.
산업의 쌀인 철강의 싹을 틔운 포스코가 있었다면 포항을 국내 최대 철강도시로 성장시킨데는 연관단지가 있었다.
포항공단은 제철관련산업 유치 및 철강공업 육성, 철강공업의 집단화로 기술집약을 통한 산업활동 향상과 생산성 증대를 목적으로 67년 7월21일 건교부 고시 제516호로 대송면 괴동동과 장흥동 일대가 포항연관 공업단지로 공고됐다.
이후 392만9천㎡의 1단지에 이어 392만9천㎡의 2단지는 77년 8월16일 건설부 고시 제163호로 실시계획승인이 난 후 78년 10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92년 2월 1∼4단계 조성사업이 준공됐다.
267개사 310공장에서 271개 공장이 가동중이며 포스코 협력사 4천100여명을 제외하고도 1만6천520명이 근무하면서 연간 16조8천억원의 생산, 42억4천400만불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다른 철강회사들 역시 숨가쁜 세월을 보냈다. 1978년 인천제철을 인수한 현대제철은 강원산업과 한보철강을 잇달아 사들이며 또 하나의 철강 신화를 쓰고 있다. 그동안 전기로에 치중하던 현대제철은 현재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다. 2010년 말 연산 800만t 규모의 당진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고로 메이커’가 된다.
현재 국내 연간 철강생산량은 6천400여만t 수준.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와 동부제철의 전기로가 가동되는 2010년에는 7천만t으로 불어나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 철강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1981년 1천만t을 돌파한 이후 30년 만에 철강 생산량이 7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세계 철강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속도다. ‘대한민국 철강군단’의 기적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숙제도 만만찮다.
철강원료 확보 경쟁의 심화,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급성장, 철강산업의 대형화, 세계적 환경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원료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해외 광산 개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개발의 절박함, 파이넥스 등 혁신 공정기술 개발 등이 지금 철강업계가 당면한 과제인 것이다.
한편, 한국철강협회는 9일 제10회 철의날을 맞아 포스코센터에서 정부 및 철강관련 산·학·연·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공자 포상, 철강상 시상 등의 기념식을 갖는다.
/이창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