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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애삼존불

이용선기자
등록일 2009-06-05 19:29 게재일 20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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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를 연재하면서 가끔 하는 이야기이지만, 조상이 남긴 유적을 보면서 받는 감동 못지않게 인근의 수려한 경관이 주는 자연의 감동도 답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짧은 답사경력에도 이곳만은 이 계절에 찾아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답사지에 어울리는 계절을 추천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번에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대하면서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계절 못지않게 유적을 찾는 시간대도 참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조명을 받으며 사시사철 최상의 상태를 볼 수 있는 문화재와는 달리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대하는 유적은 계절과 날씨 그리고 시간대가 절묘하게 맞았을 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마애불상을 답사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마애불은 자연암벽에 부조형태나 음각의 선형으로 표현한 불상이다. 이러한 마애불은 최적의 채광상태에서 보는 것과 날씨가 흐리거나 혹은 채광상태가 좋지 않을 때 보는 것의 느낌이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마애불을 대하는 느낌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철저하게 자연광에만 의지하여 최적의 광선상태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게 보일 수 있도록 조각에 정성을 기울였을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상상하며 적절한 시간대에 마애불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답사방법인 것 같다. 물론 단체로 가거나, 거리가 멀어서 시간을 맞추기 힘들면 할 수 없겠지만, 이왕에 나서는 답사길이면 미리 해당 관계기관에 확인하여 최적의 시간을 파악하는 것도 답사를 알차게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서산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은 국보 제84호로 일명 ‘백제의 미소’로 더욱 유명하다. 이번 답사에서는 120여명이 움직이는 단체답사의 일정상 오후에 도착하여 ‘백제의 미소’를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답사를 나설 때는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찾기를 권하고 싶다. 좀 더 정확한 시간대는 출발 전에 서산시청이나 운산면사무소에 문의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서산마애삼존불상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마애불까지는 찾아가기 쉽게 나무계단과 길이 만들어져 있다. 계곡의 층암절벽에 석가여래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보살입상, 왼쪽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마애불은 암벽을 조금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고 그 앞쪽에 나무로 집을 달아 만든 마애석굴 형식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지금은 마애석굴의 형태는 남아있지 않고, 지난 1965년 마애불상의 보호를 명목으로 세워져 오히려 불상의 보존과 관람에 방해가 됐던 보호각도 2007년 말에 완전히 철거되었다.

본존불인 석가여래상의 높이는 2.8m이다. 연꽃대좌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살이 많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 여래상의 미소가 바로 유명한 ‘백제의 미소’이다. 옷은 두꺼워 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앞면에 U자형 주름이 반복되어 있다. 둥근 머리광배 중심에는 연꽃을 새기고, 그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은 높이가 1.7m이다. 얼굴이 여래상처럼 살이 올라 있는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고 있다. 상체는 옷을 벗은 상태로 목걸이만 장식하고 있고, 하체의 치마는 발등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왼쪽 반가상의 높이는 1.66m이고, 이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띤 둥글고 살찐 얼굴이다. 두 팔은 크게 손상을 입었으나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받치고 있는 모습에서 세련된 조각 솜씨를 볼 수 있다. 삼존불상에 반가상이 조각된 것은 이례적인 것인데, 아마도 ‘법화경’에 나오는 석가와 미륵, 제화갈라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존불의 묵직하면서도 당당한 체구와 둥근 맛이 감도는 윤곽선, 보살상의 세련된 조형감각과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는 쾌활하면서도 온화한 인상 등으로 미루어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곳 서산은 백제시대에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중심지였던 태안반도에서 부여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서산마애삼존불상은 당시의 활발했던 중국과의 문화교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용선기자

▲오솔길에 전시된 서산마애삼존불상의 석가여래입상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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