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31일 수면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다 숨진 40대 주부 A씨의 남편과 자녀가 외과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억4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작년 7월 26일 비교적 가벼운 치질 수술을 받으려고 B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외과의원에 입원했다.
20분으로 예정된 수술을 위해 B씨는 진통제 펜타조신과 진정제인 디아제팜을 차례로 주사한 뒤 마취제인 포폴 180㎎을 투여했다.
레이저로 환부를 제거하는 수술이 끝나고 B씨는 환자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A씨는 호흡과 심장 박동을 멈춘 상태였다.
B씨가 다급히 인공호흡을 하는 등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A씨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의료사고라며 소송을 냈고 B 씨는 “환자가 마취제에 이상 과민반응을 보였거나 지병인 스트레스성 화병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마취제를 못 견딘 것”이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포폴은 호흡억제 부작용이 있어 허용 범위에서도 최소량을 투여해야 하고 마약성 진통제와 진정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피고는 적정량인 30∼120㎎을 넘어선 180㎎을 한꺼번에 넣어 환자에게 일시적 무호흡 상태가 생길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심정지나 호흡정지가 발생하면 조기 발견이 소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피고가 상태를 확인했을 때 고인은 이미 호흡 및 심정지 상태에 빠져 적절한 응급조치 시기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술 중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다 응급조치 시기까지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에 A씨의 신체 상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B씨가 개인병원 의사로서 마취 부작용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 비율을 65%로 제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