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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김수복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5-28 21:29 게재일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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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을 하다가 육신을 거두고


떠나간 아내를 먼저 보낸 팔순이 넘은 은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 두렵다 했다


전쟁 통에 함지박을 이고 생선을 팔러 다녔던 아내가


몸져누워 있던 저녁이 더 행복했다고 했다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이 무서워


아내가 신고 다녔던 신발을 현관에 놓아둔다고 했다



- 불교문예(2008년 가을호)




단 세 문장, 7행(行)으로 된 김수복 시인의 ‘신발’을 몇 번이나 거듭 읽었다. 그리고 내 신발과 아내의 신발을 쳐다보고 다시 아내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봤다. 인생, 삶의 길을 함께 한 부부는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신발이라 할 수 있겠다 싶다. 암 투병을 하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버린 아내를 그리워하는 팔순이 넘은 김수복 시인의 은사 이야기가 못내 서럽다.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이 무서워/아내가 신고 다녔던 신발을 현관에 놓아둔다고 했다”는 차라리 “몸져누워 있던 저녁이 더 행복했다고 했다”는 김수복 시인의 은사 말씀도, 그 말씀을 시로 옮겨 독자의 가슴에 마음의 새 물결을 길어다 놓는 시인의 젖은 마음이 나를 아프게 때린다. 지금 우리가 신고 있는, 험난한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신발(남편, 아내)을 소중하게 모셔야 한다. 그것은 더구나 내 피의 연, 혈연(血緣)을 이어준 사람 아닌가. 다시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을 지극정성으로 모시자. 서로 튼실한 신발이 되어주자, 저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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