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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꼬라지를 알라

최재영 기자
등록일 2009-05-28 21:29 게재일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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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서양화가


“너 자신을 알라”를 영호남의 방언으로 표현하면 ‘네 꼬라지를 알라’ 이렇게 된다.


흔히들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소크라테스 훨씬 전 고대그리스 파르나소스의 아폴론신전입구에 새겨진 금언으로 ‘매사에 도를 지나치지 말라’는 글귀와 함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라는 물음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고, 남을 충고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다” 고대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한 말임을, 디오게네스가 그의 저서에 소개하면서 금언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인간이 아무리 지혜롭다고 하나 신에 비하면 그야말로 볼품없고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지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무지를 아는 엄격한 철학적 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소크라테스는 이 금언을 자신의 기본사고에 두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자주 인용한 말이 되었고, 그 후에 등장한 많은 철학자들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그의 사상을 대변하는 문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말이 오늘날까지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자신을 낮추어 욕심을 절제하는 것이 우리 인간에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반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권좌에 앉으면 없는 욕심도 생기는가보다. 자신을 낮추어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고 사욕을 채웠다가 끝내는 패가망신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권좌에 있으면서도 절제하고 스스로를 잘 다스려 후세에 칭송을 받은 이도 또한 적지 않다.


삼국지연은 오, 위, 촉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난세를 나관중이 삼국지 정사를 바탕으로 쓴 중국의 역사다. 여기에 등장하는 최고의 주역들 중 공명과 장비, 관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자기가 섬기던 나라에 관심을 두었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중국에서는 사악한 귀신들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 온다는 신의 반열인 관제(關帝)에 그들을 올려놓고 추앙한다.


신출귀몰한 재능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대파하고 수많은 전공을 세운 공명은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재상이 되었지만 그가 죽은 후 남겨진 재산은 밭 몇 뙈기와 초가집 한 채가 전부였다.


장비는 관우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용장으로 일컬어지며, 특히 형주에 있던 유비가 조조의 대군에 쫓겨 형세가 급박해졌을 때, 장판교위에서 “내가 장익덕이다” 호령으로 위나라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도 의협심이 강하고 스스로 근검절약함이 만 백성의의 귀감이 되었다.


무신으로 추앙받는 관우 역시 조조와의 싸움에서 대패하고 사로잡혀 귀순종용과 함께 극진한 대우를 받지만, 위나라의 가장 골치 꺼리인 안량을 베어 조조의 후대에 보답하고 자신에게 내려준 수많은 재물에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고, 유비한테로 돌아가 충의를 다했다.


부귀와 영화에 매이지 않고 의리를 다한 사람으로 지금도 중국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영웅호걸로 꼽는다.


“예의도 배가 불러야 나온다”는 공자의 말처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우리의 5천년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경제부흥을 이룩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독재로 장기집권을 획책하면서 발생한 폭력행위와 부정한 명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업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때는 기아탈출이 나라의 최고목표였고, 그리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으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수많은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기 몫으로 꼬불쳐 둔 재산이 없었다는 점이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결코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요인이 된 것이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고 뜻밖에 그 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임하리라” 이것은 성경(눅21)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신의 꼬라지를 살피고 스스로를 다스리지 않으면 멸망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경계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권좌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떠날 때를 위해서 늘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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