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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도 환한 봄날 ... 이종문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5-27 20:49 게재일 200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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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보다



- 이종문 시조집 ‘봄날도 환한 봄날’(만인사·2005)





계명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둘째 시집 ‘봄날도 환한 봄날’(만인사, 2005)에 수록된 두 편의 시조다. 제목이 두시 모두‘봄날도 환한 봄날’로 동일하다. 시조 ㉮는 이종문 시집의 맨 첫머리에 그리고 시조 ㉯는 맨 끝머리에 놓여 있어 그 배치가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의 행갈이에 변화를 주고 있는 두 편의 이 시조들은 참 재미가 있다. 어느 날 이종문 시인이 경북 영천시 성내동에 위치한 호연정(浩然亭) 을 찾아간 모양이다. 그곳에서 시적 발상을 얻은 것인데, 조그마한 자기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호연정 넓은 대청마루를 건너가는 자벌레를 두고 우주의 넓이를 잰다고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특히 ㉯시조의 종장 “그런데, 왜 돌아오나/아마 다시 재나보다”라는 시구는 독자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 시조 ㉮와 ㉯ 사이에 있는 시집 속 시편들은 이종문 시인이 언어로 이 세상 삶의 넓이와 깊이를 잰 그 내용물이 아닐까. 이종문의 시조는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간다. 시조가 근엄하지도 고리타분한 옛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삶의 이야기를 우리들 몸에 체화된 전통적 가락에 때로는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때로는 서민들의 넉넉한 해학으로, 강렬한 현실 풍자 등으로 그려내는 이종문의 시조는 편안하기 그지없다. “봄날도 환한 봄날”, 그의 시집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참 즐겁고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아래 단형 시조 두 편으로 이루어진 ‘윤씨농방 안주인’이라는 시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가.



읍내에 신장개업한 윤씨농방 안주인이 엄청 미인이라 소문이 파다하기,


오후에 버스 타고 가 구경하고 왔지요


안주인은 소문보다 훨씬 더 絶景이라, 내일 모레 글피쯤에 다시 갈까 하는데요,


그 누구 같이 갈 사람 요오, 요오, 붙어라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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