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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 영전에 고합니다

신두환 기자
등록일 2009-05-27 21:21 게재일 200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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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ㆍ시인>


대통령님 영전에 슬프게 곡합니다. 이것이 정녕 운명입니까. 하늘을 부여잡고 애원하고 가슴을 때리면서 통곡하노니, 정녕 꿈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입니까.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주투사들의 인권은 누가 보호하라고 그렇게 졸지에 가셨습니까.


그토록 원하던 남북통일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참담하게 가셨습니까. 국민들의 한 숨은 어찌하고, 저렇게 멍들고 찢어진 참담한 몰골만 남기고 그 먼길을 나섰습니까. 우리는 아직은 이별이라 못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이 땅을 수호하소서.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음을 우리는 믿으며 열 갈래 눈물로 애가(哀歌)를 부릅니다.


오호통재라! 그 사모함은 가슴에 젖어있고, 그 노래는 귀에 쟁쟁한데 아 슬퍼라. 거룩한 모습은 눈에 있는데. 그 정은 입가에 머물고, 오호! 그 향기는 코끝에 남아있는데, 그리움은 발끝에 남아 있는데, 가슴을 칩니다. 천수를 누리지 못함이 안타깝긴 합니다만, 살아서 욕보느니 죽어서 평생 의인이 되는 것이 사나이의 길이라고. 삼국사기에서 사나이가 조국을 위해 일하다가 죽어야지 마누라 팔을 베고 죽는 것은 장부의 수치라고 했다고. 우리 역사에 기개 있는 선비치고 관직에 나아가 귀양 가거나 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고.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지 않고 어떻게 정의로울 수가 있느냐고. 대통령은 최고의 지위이며 하늘이 내는 것으로 죽음으로써 자기의 실수를 책임지는 것은 장부의 절개라고. 이러한 말로 아무리 위로하고 대통령님의 죽음을 인정하려 해도 북받치는 슬픔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치란 것이 다 권모술수요 감추고 위장하고 선전해야 하는 길인 것을. 세상에 부정한 돈 한 푼 안 받은 정치인이 어디 있으며 그러면서 청렴한 척 안 하는 정치인이 또 어디 있으랴.


부귀영화를 싫어하고 권력을 부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있는가. 굴원의 어부사에 이르기를.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젓고 흙탕물을 튀기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에 취해 함께하지 않으며,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그 힘든 길을 택하셨습니까?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冠(관)을 퉁겨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이다. 어찌 깨끗하고 깨끗한 몸에 얼룩덜룩한 더러운 것을 받겠소?


차라리 湘江(상강)에 뛰어들어 강 물고기의 뱃속에서 葬事(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純白(순백)으로 世俗(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쓴단 말이오?”라고 하였습니다.


대통령님의 영전에 이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아, 슬프다. 각하께서는 하늘같이 높은 덕이 있었건만 보답 받지 못하였으며, 하늘에 사무치는 한이 있으나 풀지 못하였으니, 온 국민과 그 주변들과 영부인과 상주들은 마음이 아파 피눈물로 우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높은 대통령 자리를 진흙처럼 보고, 권력과 부귀영화도 마다한 채 흔연(欣然)히 그대로 일생을 마칠 양으로 세상에 귀거래사를 외치면서 그 궁향벽촌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그 어떤 권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절개가 있었습니다.


실로 그 행실이 한 세상에 높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평가는 야박할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워 약간의 정리와 뇌물을 받은 것을 들키고 말았으니 사람의 인정과 법의 괴리가 이런 모양입니다.


뇌물로 얼룩진 행적, 그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목숨을 던져 대절을 지켰으니 각하는 한 시대의 의인이 맞습니다. 각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 효도하시니, 봉하 마을 향당(鄕黨)이 모두 따르고 칭찬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 상여소리 들으며 저 세상 가는 길은 어쩌면 아름답고, 마을 사람들 어화 달구야 묘를 다지는 소리 들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죽음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요?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갑자기 세상을 버리시니 지금 봉하마을엔 조문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만 길이나 높이 뻗쳤던 민주의 빛나는 불꽃이 갑자기 만장의 바람을 타고 사라졌으며, 일생 동안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하던 시책을 거두어 관 속으로 들어갔으니 이 나라 백성들이 복이 없는 것입니다.


대학 교실에서 술잔을 드리노니, 눈물이 떨어져 옷깃에 차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담배 한 대 당겨놓고 술 한 잔을 올리고 엎드려 제문을 읽으오니, 강림하시어 위에서 나의 회포와 슬픔을 살피옵소서.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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