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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보로스

이정희 기자
등록일 2009-05-26 19:42 게재일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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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위덕대 일본어학과 교수


‘유로보로스’라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기 꼬리를 무는 뱀이 있다. 자기 꼬리를 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아픔에 몸부림친다는 뱀. 아픔을 느낄수록 더 힘껏 깨문다는 뱀, 자기가 아닌 남이 자기 꼬리를 물어뜯고 있는 거라고 믿기 때문에 더 제 꼬리를 물어뜯는 뱀. 〈그림1〉 유로보로스의 모습이 그 원형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유로보로스가 무한대를 표시하는 기호 〈∞〉의 기원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그림2〉 유로보로스를 보면 그 형상만으로도 쉽게 이해 할 수가 있다.


이 유로보로스에서 무한대의 의미를 도출한 데에는 뱀의 생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뱀의 껍질은 단단하고 질겨 뱀의 몸을 보호해 준다. 그런데 뱀은 주기적으로 탈피를 거듭하여 새 껍질이 돋아나곤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탈피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고 했다. 뱀은 병에 걸려 자신의 껍질을 스스로 벗지 못하면 자신의 껍질 속에 갇혀 죽어버리고 만다.


이 탈피한다고 하는 행위는 그저 오래된 껍질을 버린다는 것만이 아니라, 옛날 사람들은 늙은 육신을 버리고 새로운 육신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즉 늙은 육신을 버리고 항상 젊어진다고 하는 것은 불의의 사고나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지 않는 한 불사신이 된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또 하나 이 유로보로스가 무한의 의미를 지니는 데에는 타원이라고 하는 모양에서도 얼마든지 유추가 가능하다.


자신을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인 〈그림1〉에서와 같이 타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로보로스는 시작과 끝도 없는 완전함, 영원함, 무한함 등의 의미를 내포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유로보로는 자기 자신의 껍질을 스스로 벗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또 한 제 살을 물어뜯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영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습관, 고쳐야 할 것들에서 과감히 탈피, 사고전환을 하지 않으면 새로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살을 깨무는 듯한 고통이 없이는 결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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