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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生死)문제를 해탈한 인도의 노인들

권오신 기자
등록일 2009-05-26 19:43 게재일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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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인도인들은 4단계 삶을 살고 있다. 1단계와 2단계는 우리와 비슷하다. 부모 밑에서 학업을 쌓고 청소년기를 보내고는 가정을 꾸리게 된다.


3단계에 들면 내외는 가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세속생활을 청산한다.


육, 칠십을 넘길 마지막 4단계에 들면 부부는 헤어져서 따로따로 죽음을 맞기 위한 수행생활에 전념하는 출가를 하게 된다.


인도인들은 힌두나 불교 자이나교 교인이 아니어도 출가에 익숙해 있으며 출가를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 등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들로부터 “출가가 위대한 포기”라는 정신이념이 몸에 베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중(中)인도 바리나시를 통과하는 갠지스 강에 와 죽음을 기다린다.


갠지스 양안 18군데 화장장에는 사후세계를 갠지스에 맡기려는 인도인들의 윤회정신으로 인해 항상 많은 노인들이 북적거린다.


누더기 담요를 뒤집어써 외모는 걸인같이 보이지만 생사문제를 초월하려는 정신세계만은 해탈의 경지에 가까이 간 노인들이다.


남(南)인도에서 바리나시까지 오려면 KTX 같은 고속열차를 타도 30시간, 새마을 열차 수준이면 80시간이 넘게 걸리니 자녀가 부모에게 가장 큰 효도는 갠지스 강에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


한국인들은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재색명리(물욕· 명예· 여자(남자)·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지극히 평화로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는 준비를 하는 게 인도인들이다.


갠지스의 꺼지지 않는 불 ‘아그니’에서 불씨를 얻어온 상제들이 장작더미에 불을 댕긴다. 한 줌의 재가 갠지스에 뿌려지면 더디어 이글거리는 현실세계,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러니 임종을 기다리는 행렬이 노천 화장장마다 길게는 100여 명씩이다.


그래서 인도의 장례행렬은 소풍가는 것 같다. 살아있는 사람도 갠지스에서 전신을 담그고 물을 마시는 의식은 일생동안 지은 죄를 씻어내는 것으로 믿는다.


인도인의 삶의 원동력은 신에서 나오니 힌두신은 무려 3억3천에 이른다.


신의 은혜를 입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어서 매일 신에게 향이 무척 짙은 ‘아르’꽃을 바친다. 소에게 먹이를 사주는 것도 같은 의미다.


거리의 이발사도 손님이 앉는 의자 뒷벽 공간에는 자기의 신을 모실 정도이니 신이 없이는 찰나의 시간도 넘기지 못하는 게 인도인들이다.


여행자도 덩달아 갠지스에 꽃 등잔을 띄워 길 위에서 만나는 삶이 풍성해지기를 빌어본다. 뭄바이 축제(10월)에서 만난 인도인들은 행운을 주는 신 ‘가네쉬’신을 찾고 경배를 하는 건 운명이라고 말한다.


주황색 옷은 번뇌와 욕망을 태워 버리는 것으로 상징된다.


주황색 옷을 입은 순례객들이 갠지스의 물을 항아리에 담고 ‘시바신’을 찾아가는 행렬은 거의 100km에 달한다.


4박5일간 185km에 걸친 맨발의 순례자들이 ‘데오가르사원’에 도착하면 꽃과 갠지스에서 담아온 물을 ‘시바신’에게 바치고 축복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절실히 바라던 것을 이루었다고 믿는 인도인들은 한동안 환희와 벅찬 가슴으로 젖어 있었으니 우리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맨발은 신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란다.


잡귀를 쫓는 의식이 벌어질 때는 더 진한 향을 피운다. 긴 사리를 걸친 여인들이 얘기꽃을 피우면서 뒤엉켜 지나가는 인도, 끝없는 유채 밭 너머로 해가 질 때면 코와 귀 이마에 흘러내린 인도 여인들의 장신구는 더 반짝거린다.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나라, 자리에서 물러난 대통령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집단자살이 성행하는 우리나라의 실상은 인구 10만 명당 22∼25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인과 젊은 층이 이런 끔찍한 자살률을 이끌고 있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팍팍한 삶을 털어 버리고 인도나 티베트인들이 갖는 삶과 죽음에 대한 정신세계를 우리도 한번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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