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게 수확하는 것 하나 없어도
부지런히 드나들며 보살피는 밭에는
몇 해 전 산에서 옮겨다 심은 머위가 삽니다.
제법 무성하게 가계를 불린 머위네 식구가 삽니다.
딱히 어찌 요리해 먹는 것인 줄도 모르면서
그저 몸에 무척이나 좋다는 말 한 마디에
냉큼 데려다 심었는데요. 돌보지 않아도 참 잘 삽디다.
납닥하니 크지도 작지도 않아 쌈을 싸 먹으면 좋겠다며
잎만 소복하게 끊어 온 날
놀랍도록 쓴맛 짙어 한 장을 옳게 먹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다시는 머위를 데려 오는 일 없었지요.
해독작용에 기침 가래 기관지염 인후염 편도선염에 효능이 있고
유럽에서는 암 치료약으로 인정을 받으며
지방 단백질 당질 섬유질 회분 칼슘 인이 들어 있는 훌륭한 채소이고
비타민A와 C도 풍부하다는 자료 검색 결과에 솔깃해서
마치 영험한 약이라도 심어 놓은 듯 좋아해 놓고
단 한 번 쓴맛에 싹뚝 끊은 인연이라니요.
상치 쑥갓 고추가 푸릇푸릇 밥상에 오르는 내내
머위는 한쪽에서 막대기처럼 단단해졌다가 질겨졌다가
다시 봄이 오면 그 자리에 잘잘한 아이를 낳으며 살더군요.
호박순 오이순 제법 번지려 움쭐대는 밭에 갔다가
식구는 오늘 느닷없이 머위를 끊어 왔습니다.
그걸 어떻게 먹으려고 가져 왔냐며 잔소리 하자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면서 자리를 잡고는
잎을 떼어 한 쪽에 놓고 껍질을 벗기더군요.
결국은 저도 마주 앉아 공시랑 공시랑 거드는데요.
머위 줄기에서 이야기 술술 풀려 나왔습니다.
고향이 남쪽인 그에게 머위는
봄부터 여름까지 손톱 밑을 물들이던 어머니 였고
고개 돌리는 곳 마다 무성했던 울안이었고
여덟 식구 끼니마다 둘러앉는 둥근상 위로 오르는
국이고 나물이고 장아찌였더군요.
손위 시누이에게 전화로 물어물어
다듬은 잎은 데쳐서 찬물에 담갔다 건져 놓고
줄기는 마른새우와 들기름에 볶아 자작하게 물을 붓고 끓이다가
갈아 놓은 들깨가루 쌀가루 걸쭉하게 개어 술술 풀어 넣었지요.
머위들깨탕 한 그릇으로 당겨 앉을 구수한 저녁에
식구는 한창 들뜬 아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