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농사 본격화
대구·경북지역에 오아시스 같은 ‘금비’가 내렸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곳곳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올 농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21일 소만(小滿), 대구·경북지역에는 전날부터 내린 비로 평균 5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 대부분 지역에서 해갈됐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20일 밤부터 내린 비로 21일 오후 3시까지 영천 76mm를 비롯해 대구 67mm, 포항 61mm, 의성 73mm, 구미 62mm, 안동 65.5mm, 영덕 54.5mm, 봉화 53mm 등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서 50mm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북지역 댐이나 광역상수도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도 한숨을 돌렸다.
한국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에 따르면 이번 비로 21일 오후 현재 영천댐 60.1mm, 안계댐 99.5mm, 감포댐 61.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북지역 김보섭 과장은 “5∼6월 농사철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 시기에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의 애를 태웠지만 경북지역 6개 댐에 평균 51mm의 비가 내려 농업용수를 중심으로 급한 불은 껐다”며 “6월 우수기가 찾아오면 가뭄은 완전 해소될 것이지만 현재로선 완전해갈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물절약 습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자 농촌들녁은 바빠졌다.
바짝 마른 논과 밭을 쳐다보며 올 농사를 걱정했던 농민들은 21일 논갈이와 모내기를 하며 본격적인 봄농사에 들어갔다.
칠곡 왜관 지천면의 한 농부는 “비가 오지 않아 하루하루 가슴앓이를 해왔었는데 이렇게 비가 와서 너무 고맙다”면서 “이번 비는 농작물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마음에도 단비가 됐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날 비로 어린 모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꼬를 트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 가뭄으로 애타던 마음까지 흘려 보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상로씨(65)는 “먼지만 풀썩이던 논에 황금같은 비가 흠뻑 내리면서 논물가두기에 이어 논갈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해갈이 되면서 농삿일도 한꺼번에 겹치게 돼 이젠 일손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창형·김낙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