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 북부취재본부장
신종 인플루엔자 공포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는 북미대륙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 등 40여 개국으로 확산하면서 나라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처음 소수가 발생한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이웃 일본의 전염 속도를 보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지금, 오사카와 고베 등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2차 감염이 집단으로 확산하면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사카와 고베 등지의 경우 1천4백여 곳의 학교가 휴교를 하고, 거리를 오가는 시민의 70%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번잡했던 도시는 한산할 정도여서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방역체계가 앞서 간다는 일본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번져 간다면, 하루 평균 만 2천여 명이 일본으로부터 입국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언제 어떤 식으로 번질는지 모르는 일이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각국의 방역당국이 각기 대책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으나 확산의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있어 전 세계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포는 최근에 발생한 사스나 조류독감, 신종 인플루엔자 말고도 인류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사 이전은 접어두고 역사 이래, 고대문명 초창기부터 전염병은 인류를 위협해 왔다.
인류가 가축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변종을 키워,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켜 온 것이다. 자연사를 제외하고 인간을 가장 많이 죽게 한 것은 기아이고 그 다음이 전염병이다. 전쟁과 기타 질병은 이보다 훨씬 적다.
역사상 전염병으로 인간이 많이 희생된 사례로는 기원전 430년경 그리스 아테네에서 발생한 티푸스로 지역인구의 4분의 1을 숨졌고, 로마제국 안토니우스 황제 시절에는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 역병이 번져 5백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욱 심한 사례는 14세기 유럽 전역을 초토화 시킨 흑사병과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계 1차 대전 당시의 스페인 독감 등 숫자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옮긴 천연두 등의 질병으로 면역력이 약했던 남북미의 인디언의 95%가 숨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오죽하면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왔다(윌리엄 맥닐)”라고 까지 했겠는가? 서구에서만 이처럼 전염병이 만연한 게 아니라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병이 수시로 번졌지만 많은 희생자를 낸 건 정조 1년 전국에서 12만 8천명이 죽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근세에도 1822년 발생한 콜레라로 서울에서만 13만 명이 숨졌고 전국적으로는 수십만 명이 숨졌다. 또 1859년에도 콜레라가 크게 번져 사망자가 40만 명에 이르렀다.
전염병의 정확한 원인은 현미경이 발명된 19세기 말 이후에 밝혀진다. 19세기 이전까지 발생한 전염병은 주로 천연두와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등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면서부터는 인플루엔자와 에이즈가 확산되면서 새롭게 무서운 질병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행히 예방시스템과 치료제가 발달하면서 바이러스의 치명성은 크게 약화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계절별로 스페인 독감과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등이 해마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특히 글로벌시대에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염병의 확산 범위와 속도가 빨라 세계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적극적인 치료방법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전염병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은 단순히 죽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광우병 소동에서 보듯이 때로는 사회적으로 집단히스테리 증세마저 보이며 정치와 경제,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는 지금, 우리의 방역체계를 재점검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에 대처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