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원이엄마가 아가페라니 …"

이임태기자
등록일 2009-05-21 19:56 게재일 2009-05-21
스크랩버튼

중요 장소마다 외래어ㆍ외국인물 투성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이미지 퇴색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는 안동시가 중요 순간이나 장소마다 외국의 인물과 외래어 및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안동시 정하동) 앞에는 조선시대인 1586년 먼저 죽은 남편에게 띄운 애절한 사랑편지로 전국을 울렸던 ‘원이엄마상’이 서 있다.


이 편지는 1998년 정하동 택지개발을 위해 무덤을 이장하던 중 무덤 속 미라의 가슴에 미투리와 함께 얹어져 있었고,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질 만큼 회자됐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사연의 주인공을 기리기 위해 당시 안동지청과 안동시 등이 협력해 세운 원이엄마상에는 ‘원이엄마’라는 말 대신 ‘아가페’라는 이국 말이 새겨져 있다.


‘아가페’는 서양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신앙적 사랑, 조건없는 사랑을 뜻하는 외래어지만,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은 어리둥절하기 마련이다.


정하동 주민 권경숙(34·여)씨는 “원이엄마 또는 사랑이라는 좋은 말을 표기할 수 있는데 굳이 애매한 외래어를 사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이 때문에 원이엄마의 안동이 오히려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45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조선시대의 한 지고지순한 여인이 이질감 가득한 외래어를 달고 선 모습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안동시가 지역홍보를 위해 중앙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 설치한 대형홍보판이 같은 맥락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홍보판에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문구와 함께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얼굴이 크게 그려져 있었던 것.


이 때문에 “한국정신문화가 영국 여왕과 무슨 상관이냐”는 비난이 한동안 쏟아졌다.


안동시의 애초 의도는 영국여왕의 하회마을 방문을 기념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던 것이었지만, ‘문화 사대주의’라는 등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지난해 7월 여왕의 사진을 부랴부랴 하회마을 및 탈 사진으로 교체했다.


안동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임하고 있지만, 사실 역사의식은 한없이 얕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며 “세계적이라는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지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