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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한마음'으로…

김영국 기자
등록일 2009-05-19 20:48 게재일 200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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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칼럼니스트>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중구난방(衆口難防)이면 결과는 배가 산으로 간 것처럼 돼버린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쇄신론’이 나오고 ‘조기 전당대회론’이 등장하고 있다.


4·29 재·보선결과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불만을 나타낸 것을 보면 당 내부갈등의 도(度)를 짐작게 한다.


하기야 그동안 한나라당이 친이(親李)니 친박(親朴)이니 하며 2인 3발 뛰기처럼 불안한 발걸음을 보였으니 당 분위기 바꾸려는 움직임이 당연해 보인다.


이제 ‘당 쇄신특위’가 출발했으니 한나라당은 이런 갈등을 정리하고 한마음이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쇄신론’을 내세워도 구성원들이 여전히 계파로 나뉘어 저마다 득실을 따진다면 그 목적은 퇴색되고 지루한 설왕설래로 시기를 놓쳐 그저 물에 물 탄 듯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당과 정부가 최근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옥신각신한다면 이를 마치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에 침 뱉기나 마찬가지로 여겨야 한다.


막상 여론이 이번 재·보선결과에 대한 책임을 당보다 정부 측에 더 크게 두더라도 한배를 탄 집권당 구성원으로서 이것을 빌미로 편가르기 의식이 들었다면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를 위해 ‘참여 후 비판’보다는 팔짱끼고 ‘외면 후 비난’에 열중했다면 이 또한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여전히 당내 세력다툼에 몰두하거나, 정부정책을 외면하고 사전에 성실한 비판을 않고 당·정을 분리해 의정활동을 하거나, 현 정부의 약점이 당내입지향상을 위한 장점이 된다고 착각한다면 이런 정당이 신뢰받을 수 있겠는가?


17대 대선 결과를 보면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도 참여정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 그림자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당의 사활은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민심을 얻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당이 정부를 태동시켰으니 문제를 놓고 먼저 ‘당이 정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를 따지고 그 다음 ‘정부가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를 살피는 게 순리라 여겨진다.


이것에 앞서 한나라당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계파 간 갈등을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서로 한마음이 되고자 하는 의식이다.


정당은 당헌과 당규에 의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경우에 따라 융통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공과 사가 불분명하면 부정적인 요소들만 쌓인다.


이번 4·29 재·보궐선거를 두고 박 전 대표가 “어떤 공천이든 당헌 당규에 따라 원칙에 따라서 해야지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공당이 아니다”라고 한 말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한나라당 쇄신 기조에도 기대치 않는 사적인 움직임이 깃든다면 그것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돼 당의 흠집만 키우고 경쟁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약점만 보이게 될 것이다.


정당활동이나 정부정책입법과정이나 어느 계파든 또는 주류든 비주류든 그들이 내놓은 이론(異論)으로 논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사결정과정에서 ‘적자와 서자’의 관계처럼 또는 ‘콩쥐와 팥쥐’의 얘기처럼 당내 역학적 구도나 심리적 양상을 놓고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을 갖는다면 당론을 결정하기가 어렵고 나아가 당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보기 싫고 오염된 부분을 찾아 깨끗이 씻어 내릴 수 있는, 마치 폭우로 불어난 계곡의 물처럼 강력한 의지로 단시간에 쇄신을 실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활 하나에 줄 두 개를 다는 자는 강하게 쏘긴 해도 똑바로 쏘지 못함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한 말의 의미를 새겨보길 바란다.


정부는 목표를 정확히 조준하고 당은 한마음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정부의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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