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전가의 보도인 양 써먹는 ‘벼랑끝 전술’을 ‘우리 민족끼리’의 상징인 개성공단에도 들이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에 관한 기존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새로 제시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철수해도 좋다고 밝혔다. 계약 관계에서 이런 식의 일방통행이 통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평양은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는 예상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공단 폐쇄를 즉각 선언하지 않고 기존 계약 파기와 자기들 멋대로 만들 새 계약의 무조건 수락을 요구한 건 일단 겁을 주고 실리를 최대한 챙길 속셈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확고한 방침 아래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도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물론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한 번 맛 들이면 앞으로 떼쓰기를 거듭할 게 뻔하므로 정 안 되면 공단 폐쇄도 불사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폐쇄에 따른 입주기업의 손실에 대해선 남북협력기금 지원 등을 검토할 만하다. 이와 함께 대북 협상에서 꼭 관철해야 하는 과제가 남측 인원의 신변 안전이다. 계약의 신성성에서 최우선 고려사항인 신변 안전이 선결되지 않는 ‘우리끼리’는 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그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 채 달포 넘도록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가 개성 협상에서 반드시 제기되고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