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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용서울지방경찰청장

김진호기자
등록일 2009-05-18 19:49 게재일 200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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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출신의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오는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다 용산철거민 사망사고로 옷을 벗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후임으로 우리나라 수도치안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은 주 청장은 경찰간부후보생 26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지난 1996년 ‘바다이야기’도박게임이 만연할 때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서 단속 총책을 맡아 공을 세우기도 했던 주 청장을 만나 고향 울진에 대한 추억들과 근황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고향인 울진의 추억(초등학교 등을 포함)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울진중학교 3년을 마치고 처음 대구에 갔는데, 그 당시 울진에서 대구로 가려면 비포장도로로 9시간30분이나 걸릴 만큼 교통이 어려웠어요. 새벽 4시30분 첫 차를 타고 수백 번을 가다서다 오후 1시가 돼야 신암주차장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죠. 그 때 출발 전날 할머니께서 뒤뜰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손자가 무사히 대구에 도착하기를 비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서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신암주차장내 음식점에서는 난생 처음 먹게 된 냉면에 들어있던 녹색겨자가 무엇인지 몰라 눈치보며 먹고는 애매하게(?) 눈물깨나 흘렸던 촌놈 모습도 이젠 추억이죠.



-대구고와 고려대를 나오셨는데, 학창시절의 특기나 별명,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구고 졸업당시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사관학교와 해양대, 항공대를 저울질하다가 항공대에 입학해서 1학년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위험하다는 모친의 간절한 권유로 자퇴를 했고, 그 다음해 고려대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고교 재학때는 축구경기에서 주요 포스트인 라이트윙을 하는 등 달리기를 잘했는데, 요가수련 등 명상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간부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했는데, 경찰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울진은 간첩침투지역이라 체포·자수 간첩이 자주 강연을 하는 지역으로 반공의식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부터 경찰에 입문, 간첩을 잡는 수사관이 되고자 했던 것이 경찰에 입문한 동기가 됐습니다.



-경찰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은 언제입니까.


▲경기 수사과장시 씨랜드화재사건수사로 어린 영혼을 달래준 일이나 특수수사과장시 군무기 도입 비리 수사, 또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근무할 때 바다이야기 오락실단속으로 최단시간내 도박공화국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단속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경찰로서 가장 애로를 느꼈거나 힘들었던 적은 어떤 때입니까.


▲바다이야기 도박게임 단속시 단속인원이나 수사비가 턱없이 부족해 가장 많은 애로를 느꼈던 때로 생각됩니다. 또 그 당시 바다이야기가 너무 확산돼 있는데다 법규도 미비해 사행성을 판정하는 기관도 없고, 법원 판례도 없을 때여서 단속해 놓으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발령받고 보니 단속인원이 없어서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수사국과 협조해 강력수사대 1개 팀과 각 경찰서 강력팀 1개팀을 투입하고, 질서계 단속인원을 보강해 몇달동안 퇴근도 하지 않고, 집중단속을 펼쳤습니다. 국무총리가 이 일로 2번이나 회의를 주재해 독려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단속에 탄력이 붙은 것은 단속에 힘쓴 경찰 가운데 5명을 경감으로 특진시키고, 10명을 경위로 특진시키고 난 뒤부터 였습니다. 단속에 나섰던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던 오락실 열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려웠던 만큼 직원들을 잘 다독여 성공적으로 임무를 이뤄내 보람도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용산철거민 사고로 전임 서울경찰청장의 낙마에 이어 서울청장에 부임했는데, 농성 또는 시위사태 진압원칙 또는 방침이 있다면.


▲평화적이고 합법적 시위는 보호하고, 불법시위는 엄벌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려고 합니다. 다만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폭행당했다는 등의 일부 주장이 있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경찰의 시위대 진압모습을 관광으로 가볍게 생각해 근접해서 사진을 찍는다든지 하는데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생각됩니다. 현장 경찰입장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시위대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관광객들은 현장감있는 사진을 찍어가려고 근접하는데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시내에서 시위대에게 해산명령을 내리기 전에 외국관광객들에게는 일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위험하니 자리를 피해달라’는 요지의 안내방송을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최근 경찰서별 검거실적을 공개하고, 상위 하위 실적경찰서의 수사비를 차등지급하는 실험적인 행정을 펼치는 데 대해 찬반양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양론에 대한 견해는?


▲수사비 차등지급 등 실적주의는 기업경영 마인드의 행정분야 도입기법으로 각 기업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경영기법입니다. 오히려 치안분야 도입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일하는 쪽에는 활동비가 많이 나가야 모두가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 활동비까지 깎는 것은 아니며, 평균은 지급됩니다. 열심히 하는 쪽에 좀 더 배정이 된다는 얘기이고,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거리에서 경찰관을 볼 수 없다거나 일을 안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를 통해 일하는 경찰, 봉사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서울경찰청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서울치안이 전국치안이다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적 집회문화를 반드시 정립할 각오입니다. 뉴욕의 줄리아니 경찰청장이 소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인용하면서 작은 무질서를 바로 잡는 것으로 범죄를 줄인 것처럼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범죄자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초질서, 교통질서를 잡으면 법질서 확립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상당기간 캠페인과 단속으로 이런 기초질서의 기틀을 만들어놔도 한번의 불법시위질서 때문에 다 무너지고 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초질서를 확립하려면 한국여건에서는 시위질서를 먼저 확립해야 합니다. 이제 서울에서도 시위질서가 어느정도 잡혀가는 분위기여서 다음주부터는 기초질서와 교통질서를 집중 계도하고 단속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서울시민이 발 뻗고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민생치안 확립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끝으로 고향인 대구·경북지역민들에게 당부 또는 안부인사 한 마디 하시죠.


▲대구를 떠나온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일일이 안부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구청장으로 22개월 동안 대구시민, 경북도민 여러분께 큰 신세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 신세 갚을 자세로 심부름시키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건강조심하시고 각 가정마다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하며, 서울오시면 꼭 서울경찰청을 방문해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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