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데다 내 집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해서다. 부동산 투기가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거래량만 보면 저점은 지났다는 생각도 들 만하다. 특히 투기의 진원지인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거래가 크게 늘었다. 거래가 늘었다곤 하나 2006년 후반의 월 3천여 건에 비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량만 놓고 봐도 시장이 완전 정상화됐다기보다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게 옳은 평가다. 불확실성의 시기에 한탕 하려는 이른바 ‘큰손’들만 분주할 뿐 일반 실수요자는 거래시점을 놓고 서로 눈치만 보며 주저하는 형국이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건 좋지만 시장을 죽여선 안 된다. 거래가 끊겨 재산권 행사를 제약할뿐더러 주택 공급 위축으로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하면 집 없는 서민들만 죽어난다. 주택건설업계의 줄도산과 금융권 부실은 차라리 부차적 문제다. 참여정부는 이를 간과했다. 이명박 정부가 그 전철을 또 밟아선 안 된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되고 정책 효과도 떨어진다. 풀기로 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금융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등 만약의 경우 투기가 재연될 때를 대비한 정책수단은 계속 확보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장기 임대주택 공급과 소형 주택용 저리 융자 확대 등 저소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대책들을 병행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