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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아픔을 느끼는 동물처럼 대하자

손봉영 기자
등록일 2009-04-21 20:00 게재일 200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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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영 산림청 서울사무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를 생물이라 여기면서도 실제 살아 있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무는 동물처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을 꺾고 줄기에 상처를 내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이나 양심적 가책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만 바꾸고 주의 깊게 살펴보면 나무도 동물과 동등하게 대해야 됨을 알게 된다.

나무가 동물처럼 지혜롭게 살고 있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동물처럼 종족보존 본능도 매우 강하다. 단순한 종족보존의 차원만이 아니라 우수한 후손을 남기기 위하여 무한히 노력한다.

인간은 근친결혼을 하면 좋지 않은 형질의 자손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나무들도 자가 수분을 하면 형질이 좋지 않은 후손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소나무나 느릅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피는 시기를 달리한다.

이들은 생태적·환경적인 조건이 모두 같은 동일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피지만 개화되는 시기를 조절하여 근친결혼을 막는다.

또한 전나무나 가문비나무 등은 암꽃이 나무의 위쪽에 피고 수꽃은 나무의 아랫부분에 달려 같은 나무끼리의 수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바람에 의해서만 수정이 가능한 이들은 화분이 쉽게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하여 같은 나무와의 수정을 어렵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꽃은 씨앗을 만들어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생식기관이므로 수분을 도와주는 매개체를 이용하거나 유혹하기에 적합하도록 변해있다.

즉 바람에 의해 꽃 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꽃이 아름답기보다는 꽃 가루받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꽃가루를 많이 만들어낸다.

아울러 나비나 벌 등 곤충에 의해 꽃 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수종은 이들을 유혹하기 위하여 꽃을 화려한 색으로 진화시켰다.

또한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생기면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열매를 많이 맺으며, 씨앗은 생존경쟁이 낮아지도록 보다 멀리 퍼질 수 있게 한다.

바람을 이용하는 작은 씨앗들은 솜털이나 날개를 달아 날게 하고, 콩과 종류의 식물은 꼬투리를 만들어 탄력에 의해 씨앗이 멀리 튀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나무들은 맛있는 과육을 만들어 새들을 유혹하는 전략도 쓴다. 먹이를 따 먹은 새들은 과육만 소화시키고 딱딱한 씨앗은 그대로 배설하여 씨앗이 멀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카시아나무나 음나무가 어렸을 때는 줄기에 가시를 많이 달고 있지만 동물들의 입이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라면 가시가 점차 없어진다.

이는 가시가 있는 나무들의 새순은 대부분 맛이 있어 어릴 때는 초식동물들의 공격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기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가시가 많다.

그러나 큰 나무는 외부의 공격을 쉽게 받지 않아 가시가 적어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시가 많이 달린 나무의 새순은 영양도 충분하고 맛도 있어 사람들도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살펴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숲과 친해지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는 요즈음, 숲도 아픔을 느끼는 동물과 동등한 위치에서 생각하며 건전하게 이용하자.

그럴 때 우리의 정신적 근원인 숲은 경제적 기능 외에도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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