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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평등 강조주간을 보내며

윤정경희 기자
등록일 2009-04-20 20:27 게재일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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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경희 포항여성회장

#1.

저녁을 준비하고자 마트를 찾는 주부들의 발길로 동네 시장은 분주하다. 계산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내게 계산원 한 분이 손짓을 한다.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계산해 드릴게요.”

기다림이 지루하던 나는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나와 동시에 계산대를 향하는 한 주부가 보인다. 그녀의 바쁜 발길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계산대로 향한 그녀가 계산원에게 속삭인다.

“여기 일자리 없나?”

“전에는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어. 아마 한 사람이 그만 둘 것 같긴 한데…. 일단 이력서라도 빨리 내 봐. 자기 말고도 이력서 내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거든.”

“응, 알았어. 고마워∼”

총총히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삶의 무게가 천근처럼 다가온다.

#2.

2008년 여성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2008년 12월, 남자는 4천명 취업자가 증가한 반면 여성은 1만 6천명이 감소하였다. 특별히 남성은 임시직에서 감소하는데 반해 여성은 20∼30대 상용직이 감소(-4만 8천명)하여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여성이 대부분인 일용직 가사서비스업(3/4분기 이후-4만4천명), 여성 자영업(-4만5천명)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굳이 노동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 등의 통계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경제위기는 우리의 이웃으로부터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부쩍 가벼워진 남편의 월급봉투,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각종 세금, 늘어나는 실업률 등 실시간으로 체감하게 된다.

아이들 학원은 꿈도 못 꾸고, 그나마 생활비라도 벌려고 하나 일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 자녀들의 양육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시간제 일자리라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 일자리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에 따른 여성의 일자리 위기와 삶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4월 첫째 주는 고용평등강조주간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현장에서 나이와 성별, 용모 등에 따른 차별적 관행들을 일소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노동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하고 기념하는 강조주간이다.

그러나 강조 주간은 강조 주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여성들의 고용동향과 경제활동 참가율 등의 통계 수치는 알려주고 있다. 평등권을 제기하기에는 고용조차도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는 극심한 사회계층간의 격차를 불러올 것이고 우리 사회의 폭발적인 갈등요소로 작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을 해서 삶을 유지하고 영위할 수 있는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함을 믿는다. 평생 끊임없이 일해도 빈곤을 탈출하기 어려운 근로빈곤의 문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등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부문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지대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위기상황이기에 소외된 계층에 대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의 확대와 고용의 안정, 고용평등의 문제에 국가와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들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공공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할 것이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일 수 있는 최저임금에 손을 대서는 안 될 것이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나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발상으로 서민 삶을 옥죄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들을 비롯한 노동자·서민 경제가 활력을 찾고 살아나야 내수산업도 튼튼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9년 4월 고용평등강조주간은 이미 지나갔다.

여성들에게 있어 노동시장은 우호적이지 않다. 위기가 언급될 때마다 퇴출 1순위이며, 다시 진입하는 노동시장에서 그들의 지위는 영원한 비정규직이다.

고용평등강조주간이 그저 허울 좋은 강조주간이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을 비롯해 열악한 처지에 면한 노동자들의 삶의 현실을 온 맘 열어 듣고 느끼고 해결하고자 하는 위정자들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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