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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경북도의 행정신뢰

이준택 기자
등록일 2009-04-20 20:27 게재일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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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택 편집국/부국장

경북도의 행정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말과 입장을 달리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행정이 신뢰를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행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신뢰다. 주민이 믿지 못하는 기관단체는 의미가 없다.

최근 경북도가 새마을발상지를 둘러싸고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한편의 코미디다. 아니 심하게 말하면 ‘아니면 말고’ 식의 사기극이다.

과연 경북도가 새마을발상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조차도 불투명한데도 경북도는 용감하게도 선택을 감행했다. 용역결과보고는 이달 말로 계획돼 있는데도 서둘러 청도라며 발표해버렸다.

청도주민들은 기쁨을 표시했고 며칠 뒤 김관용 지사, 도 새마을관계자 등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청도새마을회관준공식에 참석했고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아니면 말고’식 사기극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포항 기계면 문성리 주민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경북도는 슬며시 뒤로 빠졌다.

김관용 도지사 이름으로 새마을발상지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의미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도 포항시가 강하게 반발하자 없던 것으로 하자며 물러났다. 발표절차가 잘못된 것으로 경북도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발뺌했다.

무슨 행정이 이렇게 흘러갈 수 있는가. 만약 경북도의 신도리 새마을발상지 확정 발표에 대해 포항의 반발이 없었다면 경북도는 어떻게 했을까. 지금처럼 절차가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했을까. 아니다. 이런 일을 벌릴 정도의 무모한 행정이라면 속성상 절대 자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행정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포항이든 청도든 새마을운동 발상지는 역사에 따라 진실만을 밝히면 된다. 용역을 통해 청도가 결정났으면 공청회과정을 거쳐 포항의 반론도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경북도의 입장만 발표하면 그만이다.

사실 새마을발상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줄 당사자는 새마을운동중앙회다. 경북도는 결코 그 중심에 있지 않다. 경북도가 무슨 자격으로 새마을발상지에 대한 논란을 중지시키겠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포항과 청도가 서로 새마을발상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북도가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과욕일 뿐이다.

경북도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새마을운동중앙회나 행안부에 입장을 물어보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한발 물러났어야 했다.

새마을운동이 경북도에서만 일어났는가. 경북도의 말처럼 경북도가 새마을 발상도라고 인정하자. 그리고 경북도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까지 정할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수도권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당연히 경북도 권역에 자리 잡아야 한다. 경북도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를 최종 확정할 정도라며 새마을운동중앙회보다 더 새마을운동을 잘 안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포항, 청도, 경북도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중앙회가 수도권에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경북도가 과욕을 부린 것이다.

경북도가 양시군을 중재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불을 붙여 놨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책임자가 도지사의 승인없이 서둘러 발표했다면 담당부서가 책임을 져야 하고 도지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면 도지사가 나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양시군 갈등만 심화시킨 꼴

행정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앞으로 경북도의 보도자료는 다시 한 번 재검토해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자료로 써야 할 입장이다. 저질러놓고 문제가 생기면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번복한다면 무엇을 믿고 도정의 책임을 맡길 것인가.

포항이든 청도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북도가 신뢰받지 못한 행정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이며 도민들은 이런 사기극을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지 여부다.

이번 사태는 결코 사과로 절대 끝날 일은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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