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찬 대구취재본부장
최근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스포츠스타들과의 CF 계약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기업이나 프로구단들이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관련된 모든 업무와 여러 가지 홍보활동을 통해 스포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상품화를 도모하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자체)의 마케팅(Marketing of Sports)과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Marketing with Sports)의 두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집행하는 주체가 누군가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 The Marketing with Sports)은 경영학의 마케팅 및 기업의 관점으로 그들 입장에서 볼 때 스포츠 마케팅은 엄밀하게 스포츠 스폰서십이라고 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피겨 여왕 김연아와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지존’ 신지애에게는 각각 ‘주식회사’와 ‘움직이는 1인 기업’이란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이는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치러진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피겨 여왕’으로 등극한 김연아의 수입이 올해 1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라는 스포츠전문지의 보도와 지난 2월17일 신지애와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연간 10억 원, 그리고 인센티브(성적에 따른 보너스) 최대 5억 원(연간) 등 5년간 최대 75억 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대박 스폰서 후원계약이 있은 이후부터다.
감연아의 경우 현재 KB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나이키와 스폰서 후원계약을 맺고 있고 삼성전자(하우젠 에어컨), 매일우유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CF에서도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으며 신지애는 예전 박세리가 CJ와 연간 30억 원(인센티브 10억 원 포함, 계약기간 5년)이라는 불멸의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제한파를 고려하면 신지애의 75억은 결코 작지 않은 액수다.
지난 2006년 5월5일 나이키와 소니(SONY)로부터 당시 연간 합산 1천만 달러의 후원을 받은 ‘천만 달러의 소녀’ 위성미가 출전한 가운데 열린 한국프로골프 겸 아시아프로골프 SK텔레콤 오픈은 국내 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흥행 대박’을 이뤄냈다. 이 대회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고 한때 경기장에 인접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세워놓고 구경하는 ‘고속도로 갤러리’ 마저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위성미의 인기를 이용한 일종의 스포츠 마케팅(스폰서 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위성미 초청료를 포함해 30억 원이 조금 넘는 경비를 지출한 타이틀스폰서 SK텔레콤이 100억 원 이상 홍보효과를 거둔 대박이기 때문. 이 같은 흥행 대박은 물론 위성미의 관중 동원 능력에 힘입은 것이다. 결국 이 대회를 통해 국내 골프대회도 ‘스타 플레이어’ 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구름 갤러리와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음을 새삼 입증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활약하고 있는 일본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어언츠는 4년 전 이승엽을 스카우트 한 뒤 이승엽의 주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승엽이 시즌 초반 홈런을 몰아치며 스타덤에 오르자 구단은 이승엽에 대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요미우리의 이 같은 행동은 소속선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프로선수들은 자신들의 실력으로 소속구단 또는 지원을 받는 기업에 돈을 벌어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승엽은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연봉계약에서도 최고대우를 받았다. 이는 요미우리가 이승엽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 스폰서십은 극과 극이다. 그리고 비인기 종목일수록 냉정하다. 축구 국가대표팀에 4년간 총 490억 원이라는 거액의 스폰서십을 체결한 나이키도 국내 프로리그 구단에는 6년 동안 단 한 차례의 후원 계약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한파를 이유로 국내 스포츠 최대 후원 기업인 삼성마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타이틀 스폰서 중단을 선언했다. 이렇게 스폰서십의 세계는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수들에게 스폰서를 하는 것은 도박이 아닌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주식회사’와 ‘움직이는 1인 기업’이란 닉네임이 붙어있는 김연아와 신지애에게 기업들이 CF 출연요청을 하고 스폰서 후원을 하는 것은 힘들수록 희망적인 뉴스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