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끌어온 고 박수근 화백의 유화작품 ‘빨래터’에 대한 진위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작품이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작품은 아트딜러 정준 씨가 29일 연세의료원에 기증한 유화 ‘떡 만드시는 어머니’(91×53㎝)이다. 아이를 업은 어머니가 떡을 만들기 위해 절구를 치는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소장자인 정 씨는 이 작품이 1945년 작으로 추정되며 감정가액은 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지가가 나서서 의료기관에 예술작품을 기증하고 이를 환자들이 감상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이처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작품이 위작 시비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감정기관인 국제미술과학연구소는 과학 감정을 거쳐 이 작품을 위작으로 판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술계에서 위작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된 작품은 역시 ‘빨래터’였다. 이 작품은 2007년 5월 서울 옥션을 통해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천만원에 거래됐으나 그해 12월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창간호에서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송이 진행중이며 전문가들 사이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작품 외에도 권옥연 화백의 인물화, 도상봉 화백의 정물화, 최저 경매가가 무려 50억원으로 출품됐던 불상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 등이 위작 논란으로 경매가 취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검찰 수사결과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 2천800여점이 무더기로 위작으로 판명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위작을 유통시키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미술계에 위작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는 작품은 시장에 나올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아울러 경매를 비롯한 미술시장 전반에 엄격한 감정(鑑定)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