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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8-11-07 16:05 게재일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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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숨’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와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진 한 여자의 만남과 사랑을 그리고 있으며, ‘와호장룡’·‘에로스’·‘쓰리 타임즈’의 대만 배우 장첸과 ‘시간’에 이어 연속 김기덕 감독과 호흡을 맞춘 하정우, 그리고 ‘해안선’·‘봄,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신예 박지아가 출연한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장진(장첸 분)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다.


죽음을 앞당기려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소리만 잃은 채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어린 죄수…. 하지만 장진에게 이 생에 남아 있는 미련은 아무 것도 없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연(박지아 분)의 삶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우연히 TV에서 사형수 장진의 뉴스를 본 연은 그에게 묘한 연민의 정을 느끼고 그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로 향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죽음의 순간을 사형수 장진에게 털어 놓으며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연은 장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사계절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는다. 죽음 외에는 가진 것이 없던 장진에게 삶의 온기를 다시 불어 넣어 주는 연, 계속되는 만남을 통해 둘은 단순한 욕망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되지만 연의 남편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채고 이들의 사랑을 막기 시작한다.


영화 ‘숨’을 보고나서 김기덕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악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영화‘악어’에 나오는 용패(조재현 분)는 물속에 갇혀 숨이 차서 죽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는 가신이 선택한 죽음 앞에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죽었다.


‘숨’의 사형수 장진도 유사하다. 두 번의 시도 끝에 그러니까 한 번은 밧줄로 목을 감아 죽으려다 말고 그 다음은 다시 ‘물’에 빠져 정말 죽은 ‘활’의 노인을 떠올리게도 된다.


“처음에는 시나리오의 결말을 한기(조재현 분)가 거울 앞에서 숨을 참아 자살하는 것으로 해놓았다”는 ‘나쁜 남자’에 대한 김기덕의 설명도 생각난다.


숨이 막혀 죽는다는 것은 김기덕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죽는 방법의 소망이다.


이처럼 ‘숨’은 김기덕의 많은 전작들에 관한 연상을 허락하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결하지만 깊은 사유의 폭과 힘을 지닌 영화이다.


영화 ‘숨’은 영화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에 기대하는 관객의 수동적 기대지평 모두를 낯설게 하면서, 영화 장르의 진화에 따라 발전된 공감각적 테크놀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숨’은 영화의 미니멀리즘을 실현하고 있다.


그것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영화적으로 실현하면서, 비관도 낙관도 없이 지속되는 시간과 현실의 부조리를 연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사무엘 베케트의 세계를 닮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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