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박사 · (주)뉴로넥스 대표이사
연어가 다른 생선들에 비해 특별히 유명한 이유가 있다.
연어는 자신의 서식장소나 산란, 육아를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성장한 후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오는 귀소본능(또는 회귀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어의 귀소본능은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학설도 있고 위치 기억이나 후각 기억으로 이루어진다는 학설도 있다.
아직까지 연어 귀소본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 내용에 의하면 연어는 넓은 대양을 헤엄쳐 다니다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오게 되면 강물에 포함된 물질에 의해 후각이 자극되고, 자극을 받는 순간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 자신이 태어난 곳뿐만 아니라 부화지까지도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연어뿐만 아니라 바다에 사는 어패류, 꿀벌, 비둘기 또한 귀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안의 바위에 붙어사는 어패류의 어떤 종류는 낮에는 여기저기로 이동하나 저녁이 되면 일정한 바위 그늘로 같은 개체가 되돌아온다.
꿀벌이 꽃의 꿀을 따려고 날아간 다음, 벌집을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본래 집이 위치하고 있던 곳에 떼를 지어 모인다. 이것은 꿀벌이 집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비둘기도 집을 중심으로 귀소를 학습시키고 점차 그 반지름을 넓혀나가면, 매우 먼 곳에서도 되돌아온다고 한다.
아직까지 귀소본능에 대하여 규명되어야 할 점은 많지만 생명체들이 자신들의 기원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기억을 하고 그 기원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고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귀소본능도 연어의 그것에 못지않다. 매년 설과 추석, 2번에 걸쳐 거대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특별히 올해 추석인 음력 8월 15일이 일요일이어서 명절 연휴기간이 매우 짧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도 좋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 앞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지금처럼 힘들 때 일수록 가족 간의 따스한 정이 더 그리운 법.
비록 예전처럼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많은 선물과 용돈을 드리고 올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부모 형제 친지들과 둘러앉아 가족의 사랑과 오순도순 나누는 이야기의 따스함이 무엇보다 그립기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고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귀소본능의 전제 조건은 자신이 태어난 공간, 자신을 낳아 준 부모로부터 우선 이별과 분리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보면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 지로다”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기 이전에 반드시 부모를 ‘떠나야’ 하는 ‘분리’가 필요하다.
이 분리는 물리적인 분리뿐만 아니라 정서적, 경제적 분리 등도 수반한다.
그러나 요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 부모의 그늘을 떠나지 못해서 마마보이, 마마걸로 머무는 청년들이 많다.
30세 넘은 이후에도 부모의 도움의 손길을 떠나지 못한다는 뜻으로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 “엄마∼”하고 부르기만 하면, 5분 내로 도착한다는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부모로부터 철저히 분리가 안 된 청년은 자신의 느낌을 믿지 못한다. 성인은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판단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출발이 되는 자신의 느낌에 대한 확신이 없다. 무엇을 하든지 엄마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작은 것 하나도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결정을 맡겨 버린다. 자신의 생각이 없기 때문에 군중심리에 쉽게 휩쓸린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자신의 느낌을 확인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기의 느낌에 따라서 모험해 보아야 한다.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긴다. 그렇게 될 때 올바른 분별력을 지니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 또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귀소본능의 몸부림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철저한 분리와 자립에 있듯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들 또한 거친 광야에 홀로 내던져지더라도 꿋꿋이 생존하여 자랑스럽게 되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