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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촛불, 그 이미지 읽기

신두환 기자
등록일 2008-06-18 16:08 게재일 200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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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시인



우리가 어릴 때 수수께끼 놀이를 하면서 흔히 주고받던 것 중 “돈 십 원으로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하면 그 답을 찾느라 일제히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 ‘촛불’하면 아! 감탄사가 바보도 터지는 소리처럼 시차를 두고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그 당시 촛불 한 자루의 값이 십 원이었던 것이다.


이 수수께끼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돈의 가치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경제원칙을 가르쳐 주었고, 적은 돈도 잘 쓰면 너무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사회와 소비에 대한 아름다운 상징과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것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봉사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촛불 같은 인재가 되길 원했다. 자기 몸을 태우면서 세상을 밝히고 있는 저 촛불의 희생정신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몸을 던져 조국을 수호한 충절과 의리의 선비정신을 깨우쳐 주었으며, 밤 배를 안내하는 등대같이 남을 배려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인자함과 착함을 가르쳐 주었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자에게 촛불만큼 고마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절에서는 촛불을 켜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하고 교회당에서도 촛불을 켜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설교한다.


부처님 탄신일에는 초로서 등을 달아 감사를 표하고 소원을 빌며, 교회와 성당에서도 크리스마스에 초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감사를 표한다.


우리의 대표적인 의례인 결혼식, 장례식 같은 관혼상제의 예에도 반드시 촛불을 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촛불은 교훈과 정성과 신성의 상징과 이미지가 있었다.


결혼식을 다르게 표현하여 화촉을 밝힌다는 것에서 희망찬 출발과 사랑의 굳은 약속과 같은 맹세의 이미지도 발견할 수 있다.


또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 대학의 학생들 캠프나 수학여행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단체 및 일반 회사의 연수에서까지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촛불의식이다.


촛불은 지나온 것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적 이미지로도 자리를 굳혔다.


지금 촛불시위를 바라보며 우리의 유명한 고전 춘향전을 생각한다.


탐관오리인 변학도의 잔치에 암행어사 이도령이 나타나 던지고 간 한시 한 편이 새롭게 다가온다,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이요 금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라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촉루낙시민루락)이요 초의 눈물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라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높도다.



여기서 초의 이미지는 사치와 향락의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비록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변학도가 벌이는 잔치는 정부인가 시위대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당신이 암행어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憂國愛民(우국애민: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사랑하는)의 정치를 위한 올바른 길은 어느 것인가.


또 단종시대의 충신 이개의 절의가인 燭淚歌(촉루가)는 촛불과 관련된 고전 시가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시조이다.


房(방) 안에 혓난 燭(촉)불 눌과 離別(이별)하엿관대./ 것흐로 눈물 디고 속타는 쥴 모르는고./ 우리도 뎌 燭(촉)불 갓하야 속타는 줄 모르노라.



이 촛불은 충절의 이미지이다. 단종을 위해 충절을 지키면서 목숨을 걸었던 충절과 의리의 노래이다.


지금 시위대는 누구를 위하여 촛불을 켰는가. 그 순수성이 변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전면개방의 문제로 촉발되기 시작한 촛불시위가 점점 길어지면서 촛불시위에 대한 국민의 원망소리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이 시위에 참가했던 순수한 국민은 빠지고 민주인지 혹은 아닌지도 모를 민주단체, 자기들만이 인정하는 시민 없는 시민대표 들이 또 다른 정치이슈를 문제 삼아 촛불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촛불정치에 국민은 식상 해하고 있다.


연일 방송에서 세계 원유시장의 기록을 경신하는 고유가의 발표를 보면서 우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언젠가 에너지는 고갈된다.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태풍 앞에 촛불을 켜고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줄줄이 일어서는 시위와 파업은 국민의 힘을 갈라놓고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이 총체적인 혼란은 이제는 위험수준이다.


당신들은 자기만족을 누리기 위해 시위를 하고 다른 국민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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