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이번 18대 총선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로 나타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결과 전국 평균 투표율은 46%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다. 총선의 투표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13대 총선에선 75.8%이던 투표율이 15대 63.9%, 17대 60.6%으로 계속 내려가더니 이번 총선에선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구와 경북의 투표율도 낮았다. 대구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45.1%를 기록했다. 경북은 53%로 조사됐다. 결국, 투표권을 가진 시·도민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아지자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당선된 후보들이 국민의 대표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견해다.
투표율이 50%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들에게 이런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결국 유권자 4명 중 1명만 당선자를 지지한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인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이다.
물론 투표율이 하락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사회에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로 인해 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한 후 발급받는 투표확인증을 이용, 공영주차장 무료주차나 국·공립공원의 무료입장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실패로 나타났다.
투표율을 높이지 못한 것은 물론, 투표확인증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어서다.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외국에선 유권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투표율을 높이는 사례가 많다.
싱가포르의 경우 기권자는 유권자 명부에서 말소하고 벌금을 납부해야 회복시켜준다. 멕시코는 1년간 은행 신용거래를 금지한다. 투표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을 규정한 나라도 호주, 벨기에, 필리핀, 이집트, 터키 등이 있다.
이런 국가의 투표율은 80∼90%를 웃돈다. 투표를 국민의 의무로 정해놓은 국가도 룩셈부르크, 칠레, 우루과이 등 다양하다.
이런 제도는 선거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저절로 따르게 된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자 의사표시라는 견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단시간 동안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해 투표의 강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학자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투표를 강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관위 차원에서 이를 공식화하거나 논의를 벌이긴 힘들다”고 하며 “투표를 포기할 경우 일정한 벌칙을 부과한다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활한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란 달콤한 과실은 고통 없이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문석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