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족보에 나오는 대(代)와 세(世)는 무엇인가?

none 기자
등록일 2007-12-27 16:01 게재일 2007-12-27
스크랩버튼
곽용호 김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가짜 족보라도 만들어야 하던 조선 양반사회에서는 아주 쉬운 문제였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히 어려워진 것 중의 하나가 대와 세입니다. 왜냐하면 어려운 것은 기록이 있으나 쉬운 것은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홍동백서(紅東白西)‘처럼 어려운 제사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들 한마디씩 하며 잘 알고 있지만 왜 제사를 지내는가 하는 본질문제는 아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먼저 세는 시조(始祖)로부터의 일련번호 즉 순번이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는 서양에도 있습니다. 케네디 가(家)에는 케네디를 1세, 아들을 2세, 손자를 3세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대가 문제인데 대부분 세는 알고 있어도 대는 잘 모릅니다. 이 대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서양에는 없는 이 대는 아버지 이상을 예우하고 대접해주기 위해서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웃어른을 공경하기 위해 사용하던 말입니다. 족보를 아무리 뒤져봐도 대라는 글자는 찾을 수 없습니다. 즉 대는 ‘∼님‘과 같이 아버지 이상(以上)을 높여주기 위해 부르는 존칭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는 시조로부터 내려오면서 차례로 붙이고 대는 반대로 아버지代 이상부터 올라가며 차례로 붙이던 존칭어인 것입니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점은 아버지는 1대라고 하면 안 됩니다. 어버지대라고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부(祖父)는 조부대, 증조부는 증조부대, 고조부는 고조부대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5대조, 6대조 식으로 계속 올라가면 됩니다. 이걸 아버지부터 1대 2대 3대 4대라고 하면 안됩니다.

조금 쉽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첫째 代=祖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대는 뒤에 +祖(할아버지라는 뜻)를 붙입니다. 아버지대에서 고조부대까지는 구체적으로 아버지대, 조부대, 증조부대, 고조부대라고 해야하고 그 다음부터 5대 할아버지는 5대조, 6대 할아버지는 6대조라고 하듯이 代+祖(몇 대 할아버지)를 하면 됩니다.

다음은 世=孫입니다. 대는 뒤에 +祖 하듯이 세는 뒤에 +孫(손자 자손이라는 의미)을 붙입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무조건 世 다음에는 +孫하면 됩니다. 그래서 2세=2세손은 같은 말입니다.

다음은 대와 손을 동시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는 아버지 이상에 대한 존칭이기 때문에 세보다 1단계가 높습니다. 그러므로 世=아버지代+孫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밀양 박씨 23세라면 대로 표시하면 밀양 박씨 22세손이라고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23세=22대손으로 같은 말이고 같은 뜻이 됩니다.

우리가 남에게 대와 세에 관해 물어볼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질문에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밀양 박씨 몇 세(혹은 세손)입니까?"와 "밀양 박씨 몇 대(혹은 대손)입니까?"이고, 이에 대한 대답도 "23세 또는 23세손입니다."와 "22대손입니다." 두 가지 뿐입니다.

여기서 상대방에게 "밀양 박씨 몇 대입니까?"라고 물으려면 상대방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층이라야 하고 그 대답도 반드시 대를 써서 "OO대손입니다."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밀양 박씨 몇 세냐?"고 물어봐야 하고 그 대답은 "OO세(또는 OO세손)입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걸 알아서 무얼 하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 즉 미풍양속은 우리가 지켜야 하고 후손에게 전해 길이 보존하게 해야 합니다.

세상사는 모르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족보자랑 양반자랑은 안 해도 되지만 아버지 이상을 공경하고 대접해주기 위해서 존칭어까지 만들어 웃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며 살아온 조상들의 정성과 지혜에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지지 않습니까?

지금의 세상은 어떠합니까? 어른되기가 겁나지요. 지금도 우리 주변의 어른들이 병들고 외롭고 경로당에 내버려져 자살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소홀히 하면 우리도 언젠가 늙고 병들고 후손들로부터 버려질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