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훈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역
최근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보면 예전과는 달리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광고 팸플릿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이들 펀드에 대해 일반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투자금액도 함께 급증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국에 투자하는 소위 친디아(Chindia), 브릭스(BRICs) 펀드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집계된 자료에서도 이러한 열풍을 반영하여 3월말 현재 펀드를 통한 해외투자 금액이 15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펀드를 통한 해외투자가 이처럼 활발한 것은 국내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데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높은 수익을 얻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가간 영역이 점차 허물어지는 가운데 증권시장도 세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이기도 하다.
해외투자펀드는 해외 시장의 주식, 채권, 펀드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하는데, 보다 정확히 정의하면 국내의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외국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역외펀드(해외 뮤추얼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외투자펀드와 역외펀드를 합쳐 해외펀드로 통칭하고 있다.
이 중 해외투자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유가증권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도 있지만 해외의 여러 역외펀드들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Fund Of Funds)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펀드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국가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도 계속되는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흑자로 인한 환율하락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해외펀드의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투자대상 국가의 경제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무분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펀드는 수수료 및 과세체계에 있어서 국내펀드와 차이가 있으며 특히 역외펀드 투자시에는 환위험 헷지를 하지 않을 경우 환율하락으로 인한 환차손까지 입을 수 있다.
따라서 해외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및 증권사에서는 판매실적 증대에만 치중하기보다는 투자설명서 또는 약관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합리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 자신의 자세이다.
해외투자펀드도 결국 국내펀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를 국내투자에 대한 보완으로 활용하여야 하며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