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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와 경상북도

유성찬 기자
등록일 2008-11-17 16:03 게재일 20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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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찬 경북지역혁신연구소 소장



영국의 정식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이다. 영국의 주요영토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가 있는 그레이트 브리튼 섬이며, 왼쪽의 아일랜드 중 북쪽을 점유해서 북아일랜드까지 포함한다. 영국섬의 왼쪽에 있는 아일랜드섬에는 독립된 아일랜드와 영국의 속령인 북아일랜드가 있다. 북아일랜드는 유명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데블스 오운’ 등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아일랜드도 한반도처럼 분단국가인 셈이다. 원래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12세기 중엽부터 영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약 800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그 후 우리가 3·1운동을 일으켰던 1919년부터 1921년까지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아일랜드는 독립을 하고 친영국계 신교도가 주류를 이루는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미국의 케네디대통령도 아일랜드계이다. 1845년부터 7년간의 대기근은 아일랜드 국민(현재 남아일랜드 인구 390여만, 북아일랜드 인구 170여만)의 100만명을 굶어 죽였다. 그 무렵 아일랜드인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케네디 집안도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처럼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것이다.


한국이 동양의 아일랜드이듯이, 아일랜드는 영국과의 관계에서 볼 때 유럽의 한국이다. 우리의 선열들이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하여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처럼, 아일랜드도 수백년 동안의 고문과 처형에 고통받다가 1916년 ‘부활절 봉기’를 시작으로 영국과 전면적으로 전쟁을 벌였다. 결국 1921년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남아일랜드는 신페인당(‘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라는 뜻), 아일랜드 민병대의 주도로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독립을 쟁취하였다.


아일랜드하면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를 떠올리게 되고, 테러와 폭력, 유혈사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의 가난한 나라였던 아일랜드는 이제는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정치적 자유, 낮은 실업률, 훌륭한 경제성장 동력이 아일랜드의 전통적 가치와 조화를 잘 이루어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되었다. 아일랜드가 유럽의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독립전쟁을 이끈 불굴의 민족성과 국민들의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 또 그에 바탕을 둔 개방적인 외자유치정책과 노사정(勞使政)의 화합에 기초한 유연한 노동정책에 있었다고 판단한다. 19세기 중엽이후 100만명은 굶어 죽고 또 100만명은 살 길을 찾아 아일랜드를 등져, 1960년대에 인구 300만명이 못되었고, 1970년대에는 유럽에서 소외된 못사는 농업국가였으며, 1980년대 초에는 실업률 17%, 물가상승률 20%이었던 아일랜드는 유럽의 지진아였다.


그랬던 아일랜드가 1988년에는 국민소득 1만달러, 1996년에는 2만달러, 2002년에는 3만, 2005년에 4만, 마침내 2007년에는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성장의 주동력은 관광과 무역이지만 아일랜드인들이 이룩한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고난의 역사와 개방적인 사고방식, 세계와의 소통이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정부의 역동성, 낮은 이자율, 노사정의 사회연대협약, 경제개방화와 외자유치, 자국기업의 육성, 유연한 교육개혁 등이 아일랜드를 고도성장으로 이끈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임금문제 뿐만 아니라 주택, 환경, 노인복지,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국가적 의제도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포항과 구미,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선비정신, 경주천년의 불교문화와 호국정신, 혁신도시 김천 등 오늘의 한국을 존재하게 하는 훌륭한 사회적, 역사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인구 270여 만명, 특히 면적은 전 국토의 20%에 가깝고, 서울의 31배나 된다. 아일랜드보다는 땅도 작고 인구도 작지만, 고난을 이겨낸 역사와 전통, 한국경제를 일으킨 철강산업의 투지를 바탕으로 아일랜드의 개방성, 유연성, 노사대타협 등을 배운다면 문화관광 경북, 교육 경북, 혁신 경북을 새롭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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