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줌마끼리도 눈길이 자주 가는 사람이 있다. 쭉쭉 빵빵한 몸매에 탱탱한 피부가 부러워서만 그런 건 아니다. 그 사람이 풍기는 마음의 향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미소까지 예쁘고 보니 자꾸자꾸 마음이 간다.
동네에 있는 마트에 가면, 입구 한쪽에 색색의 꽃들이 진열 된 곳 그 곳에서 그녀는 꽃을 다듬고 있다. 꽃 파는 아줌마다. 머리를 뒤쪽으로 얌전히 묶고 엷은 화장을 한 동그란 얼굴은 언제나 웃고 있다.
손님들과 얘기를 나눌 때 면 살짝 눈부터 먼저 웃는다. ‘하하 호호호’ 신나는 웃음은 아니지만 꽃을 사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미소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로댕이나 다빈치가 무덤에서 달려 나와 조각을 하고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미소를 그린대도 안 될 것 같다.
비단, 화려하고 예쁜 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일까. 은은한 나리꽃 향기는 끝도 없이 솔솔 나온다. 잔잔한 미소는 해맑게 웃는 백합을 닮았다. 아니, 뜨거운 여름 한낮에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줄기 틈, 호박꽃도 좋다. 그 어떤 꽃에 비유해도 좋기만 하다. 마치 그녀 때문에 꽃들이 제 이름을 다 하는 것 같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그녀의 고운 손길로 다듬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빛이 난다. 연인들의 풋풋한 사랑을 위한 꽃다발, 어느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뜻깊게 할 소담한 꽃바구니, 교실을 환하게 밝혀줄 아이들을 위한 꽃송이까지도. 손때 묻은 꼬마 손님의 장미 한 송이에도 사랑과 정성을 담아 건네준다. 잠시, 보고만 있어도 그 마음이 장미처럼 곱고 우아하다. 곁에 서 있는 사람도 덩달아 꽃이 된 것 같다.
상냥하고 고운 그 미소가, 꾸밈없는 마음과 성실함이란 걸 알고부터 그녀가 더 좋아졌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항상 그 앞에서 기웃거린다. “이 꽃 얼마죠? 저건 얼마에요” 하며 괜히 바쁜 사람을 붙잡는다. 꽃은 사지도 않으면서 콧구멍에 집어넣을 듯 향기를 맡고 볼에 비벼도 그녀는 그냥 웃고만 서 있다. “꽃을 참 좋아 하시나 봐요?” 이 한마디만 내게 수줍은 듯 건넨다.
꽃을 좋아하는 방식이 나와 사뭇 다른 그녀. 꽃을 살피는 손끝에 살며시 향기 하나라도 보호 하려는 마음이 어려 있다. 그녀의 친절과 미소를 배우고 온 날은 종일 기분이 좋다. 다음에 그곳에 갈 땐 “당신은 어쩜 그렇게 예뻐요”라는 말 꼭 해주고 와야겠다. 좋은 아줌마는 향기가 번지듯 또 좋은 아줌마를 만든다.
최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