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권위 있는 대상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특정 시기에 이러한 반항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특히 2∼6세의 시기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려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아동이 떼를 쓰는 행동은 정상 발달과정에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엄마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우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들어보고, 어른의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떼를 쓴다면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제재를 가하는 것도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떼를 쓰면 부모가 자리를 잠시 피해 있으면 대개 그치게 된다. 떼를 쓴다고 해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떼를 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 된다.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습이론’이 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는 아이는, 부모가 그의 요구를 들어줄 때 다시 말해 떼를 쓸 때마다 자신에게 보상이 오니까 점차 떼쓰고 우는 행동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 용어로 ‘강화’라고 한다. 떼쓰는 아이에게 제재를 가해도 이런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제재 또한 자신이 떼쓴 데 대한 부모의 반응 결과이고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떼쓰는 행동으로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에 따른 아무런 보상도 없어서 그러한 행동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된다. 이를 ‘소거’라고 한다. 학습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행동에 있어 그 결과가 어떠하였나에 따라 그러한 행동이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아동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전혀 주의를 주지 않고 사이좋고 협동적일 때 칭찬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니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훈육이 중요하다.
사례를 살펴보면 K군은 8살 초등학생으로 어릴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고 심지어는 어머니에게 장난감을 집어던지거나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K군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유치원을 다닐 때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급격히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전혀 듣지 않고 교내 규칙을 자주 어긴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 앙심을 품고 복수한다는 글도 적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같은 반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게 됐다고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감정적인 면에서 화가 많다. 즉, 쉽게 짜증을 내며, 자주 욱하고 화를 잘 낸다. 둘째 반항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권위자들(부모, 학교 선생님, 어른)에게 따지기를 좋아하고, 타인을 짜증 나게 하고, 권위자들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셋째 복수심이 강하다.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복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만일, 초등학교 전후의 자녀에게 위와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하고 조기에 전문적인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 증상을 방치하면 청소년기에 품행장애, 성인이 된 후 반사회성 성격장애(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상의 시작은 주로 집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치원, 학교, 사회 등으로 옮겨간다.
부모가 ‘적대적 반항장애’ 아이를 훈육할 때 아이의 감정은 공감해주되 문제행동은 통제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할 때는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행동은 다르다. 예를 들면 아이의 폭력적 행동은 아빠나 선생님보다는 비교적 손쉬운 대상자인 엄마를 상대로 시작된다.
이 때 폭력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음을 인식을 시켜주어야 하고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도 있어야 한다. 부모가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권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허용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해서는 안 될 일에 자유를 주는 것은 방임이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8세 전후이며, 남아에게서 여아에게 보다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남아대 여아=1.4대 1). 유병률은 평균적으로는 3.3%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유병률이 1∼11%로 차이가 크다.
예를 들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훈육이 엄격하고 어른의 권위가 살아 있었던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는 매우 드물었던 병이다.
반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일관성 없는 양육, 훈육이 느슨해지고, 어른의 권위가 줄어든 지금 ‘적대적 반항장애’는 급증해 11% 전후로 추정된다. 반항장애는 아이의 타고난 천성과 양육 환경의 결과로 초래되는 병이다. 양육환경은 어른인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