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으로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까지 갔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5차례의 숨가쁜 협상과 정부의 표현대로 전례없는 ‘브링크맨십(brinkmanship, 벼랑끝 전술)’까지 동원한 끝에 미국의 양보를 어렵사리 얻어낸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6·10 촛불시위 사진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한국 상황의 절실함을 호소했다는 점으로 미뤄 미국 측도 촛불민심의 심각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발표내용을 볼 때 쇠고기 연령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이나 우리측 검역주권 강화 등의 면에선 4·18 합의보다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합의 내용을 양국이 향후 얼마만큼 철저히 이행하느냐에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선택을 정부가 했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이번 사태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추가협상 선언과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부와 국민의 고통은 컸고, 그에 따른 비용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차분히 정부의 진정성을 알리면서 ‘소통 부재’의 후유증을 극복해야 한다.
장외투쟁을 거쳐 촛불민심을 충분히 수렴한 야당은 이제 국회로 돌아가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미 간 통상 마찰의 위험 속에서도 재협상에 준하는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도 이제는 정부의 수습 능력과 과정을 지켜보는 인내와 아량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