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활동하는 포항출신 작가 강경신 ‘Through Korean Eyes’<br/>아버지 모시옷 뜯어 만든 조각보에 세계대전 전사자 이름 새기고<br/>3D보자기 스타일로 한반도 분단 슬픔 표현… 30일까지 갤러리M
포항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경신(Magenta Kang) 작가가 ‘Through Korean Eyes’를 주제로 포항 북구 중앙동의 문화예술창작지구(꿈틀로) 갤러리M(관장 최수정)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강 작가는 한국의 보자기와 먹그림으로 작업한 30점의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To end all wars’은 4개의 패널로 이뤄져 있는데, 전통적인 한국 조각보 기법인 쌈솔 바느질로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영국식 대성당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강 작가 아버지의 모시옷과 제부의 상복을 뜯어서 만든 조각보에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 일리(Ely)의 전쟁추모기념관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 223명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Borderline’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한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반도의 가운데에 그어진 38선이 수많은 사람에게 가하는 아픔과 슬픔을 3D 보자기 스타일로 드러낸 것이다. 3D 보자기 스타일은 각기 다른 색상의 모시 삼각형을 꿰매어 만들어낸 강 작가의 독창적인 창작 방식이다.
최수정 갤러리M 관장은 “강경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사가 인간에게 가한 상처를 보자기, 한복 천, 모시옷 등 한국의 고유한 소재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상처를 따뜻하게 치유해주는 작품을 펼쳐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경신은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1997년 영국으로 건너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대학에서 공부했다. 그 후 런던에서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했고, 2012년 웨스트 딘 칼리지 인 칙체스터에서 미술 석사학위를 받은 뒤 캠브리지셔의 일리에 정착했다.
강경신은 “도장과 인쇄업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한테서 삶과 예술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버지는 거의 매일 새벽마다 한문 서예를 가르쳤는데, 그 시간에 삶과 예술의 기본을 익혔고, 그것은 동시에 내 예술의 이정표가 되었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