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ℓ·5ℓ 용량 홍보 제대로 안돼<br/>구매 줄고 생산 감소 ‘악순환’<br/>포항지역 1인 가구 30% 초과<br/>원룸 직장인 등 큰 불편 호소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씨(30)는 매해 여름만 되면 악취와 벌레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베란다에 모아둔 쓰레기 때문이다. 종량제 봉투를 다 채우지 못해 일주일 가량 방치해 둔 쓰레기에서 벌레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동네 마트나 인근 편의점에서 A씨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종량제 봉투는 10ℓ 크기가 전부인 상황이다.
A씨는 “혼자 생활하는데 10ℓ짜리 봉투를 채우려면 적어도 보름 이상은 걸리는 것 같다”며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습한 날에는 10ℓ짜리 봉투의 ⅓도 채우지 못했는데 벌레가 들끓어서 쓰레기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분리수거 해야 할 쓰레기도 모조리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쓰레기 처리시 편의를 줄 수 있는 ‘소형 종량제 봉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홍보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포항지역 전체 22만9천763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8만8천360가구이다. 이는 2019년(7만6천944가구)과 2020년(8만2천118가구)보다 약 1만1천416가구와 6천242가구씩 늘어난 수치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 종량제 봉투의 필요성도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1∼2인 가구와 같은 소규모 가구의 쓰레기 배출 성향을 고려해 기존에 대형 마트 중심으로 판매되는 10ℓ, 20ℓ 단위의 재사용 종량제 봉투의 종류를 세분화해 3ℓ, 5ℓ의 소형 봉투를 제작하고 슈퍼와 편의점 등 소형 도매점에서도 판매하도록 했다. 이에 맞춰 포항시도 지난 2015년 이후부터 소형 종량제 봉투 3ℓ를 도입했다.
3ℓ 종량제 봉투가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해당 종량제 봉투의 존재 여부 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
시민들이 3ℓ 종량제 봉투를 알지 못하다보니 찾는 시민들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10ℓ, 20ℓ에 비해 봉투 생산량도 월등히 적다. 지난해 포항지역 20ℓ의 종량제 봉투의 제작량은 700만장, 10ℓ는 250만장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3ℓ 종량제 봉투의 제작은 4천444개에 그쳤다. 생산량이 적은 탓에 판매처도 포항지역 전체에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포항시민 B씨(28·여)는 “나도 이달에 들어서야 3ℓ짜리 종량제 봉투의 존재에 대해서 알았고, 3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찾아서 집앞 슈퍼마켓 5곳을 샅샅이 찾았지만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며 “3ℓ짜리 종량제 봉투에 대한 홍보가 있었더라면 봉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훨씬 더 많았을 거고, 취급하는 매장도 더 늘어나 이렇게 고생하며 종량제 봉투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포항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의 규격별로 판매 가격을 붙여 놓고 홍보를 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3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찾지 않고, 그로 인해 마트나 시장에서도 3ℓ짜리 봉투를 원하는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