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범석의 이적 파동은 지난해 7월 원 소속팀 FC서울이 선수 본인의 동의없이 수원 삼성으로 이적을 추진하자 백지훈 에이전트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불거졌던 ‘백지훈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당시의 백지훈과 현재 오범석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백지훈의 경우 원소속팀과 맞설 경우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불리한 처지’였지만, 오범석의 경우는 러시아 1부리그의 오퍼를 이미 받았고, 계약서에 ‘바이아웃 조항’을 추가한 상태여서 ‘한번 싸워볼 만 한’ 여지가 있기 때문.
오범석의 에이전트사인 FS코퍼레이션은 지난 11일 러시아 1부리그 크릴야 사마라FC로 완전 이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그러나 오범석의 원소속팀 포항은 19일 “오범석은 2009년까지 포항에 계약된 선수이기 때문에 구단 결정에 따라 성남 일화로 이적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 7월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C로 6개월간 임대이적된 오범석은 12월 이후 원소속팀 포항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그는 현재 러시아 진출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반면 포항은 성남에 오범석을 이적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이적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범석 측은 “올해 초 연봉을 양보하며 계약서에 바이아웃 조항을 명시했다. 포항이 ‘이적료가 6억원 이상이면 해외진출에 동의한다’고 합의해 놓고 이제와서 이렇게 나오면 계약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 입장도 단호하다. 포항 측은 “선수가 구단과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구단의 합의없이 선수는 어디도 갈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도 우리가 부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범석의 에이전트 FS코퍼레이션측은 “포항과 성남이 합의했다 해도 오범석 본인이 성남과 연봉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이 이적은 무효”라는 입장.
아직 계약 기간이 2년 남아 있는 오범석의 경우, 포항 잔류를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남과 오범석간의 이적 협상이 결렬될 경우 포항 측이 오범석에 ‘임의 탈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성남 측이 협상 과정에서 오범석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러시아 행’을 고집하는 오범석과 ‘성남으로 이적시키겠다’는 포항의 뒤엉킨 이적파동은 오범석-포항-성남 3자가 동시에 풀어야 할 복잡한 숙제로 남아있다.
/김명득기자 kimmd27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