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전국소년체전 여중 1,500m에서 각각 4분39초38, 4분40초13을 기록하며 금·은을 획득한 한석경(체육중 1년), 심민정(예천여중 2년) 선수의 소감이다.
특히 이들은 이제 1, 2학년이어서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자신의 최고기록으로 유력한 메달후보들을 따돌리고 금·은메달을 차지, 도체육회 관계자들을 기쁘게 했다.
대회 이틀째인 29일 오후 1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여자중학교 1,500m 결승전.
출발 신호와 동시에 앞으로 치고나온 심민정은 줄곧 선두그룹을 이끌었으며 한석경은 자리를 잡지못해 5위권에서 꾸준히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600여m를 남겨두고 스퍼트하기 시작한 한석경은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괴력을 발휘하며 따라붙더니 순식간에 심민정마저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한석경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체력이 고갈된 듯 그 자리에 쓰러졌으며 2위로 통과한 심민정은 최선을 다한 후배를 일으켜세워주며 축하해줬다.
올해 1학년인 한석경은 자신이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물어보며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육상을 시작한 심민정은 어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주 코치(여·37)는 “(심)민정이는 165㎝의 키에 45~46㎏으로 체격조건이 좋은데다 승부근성도 있고 성실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했던 800m에서 작전실패로 4위에 그쳐 안타까웠는데 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기분좋다”며 함께 기뻐했다.
김 코치는 이어 “민정이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등 효심이 지극하다”며 “여기에다 공부도 우등생인 등 어디하나 나무랄데 없는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국소년체전을 통해 더욱 가까워진 둘은 서로를 아껴주면서도 라이벌의식을 감추지 않았다.
심민정이 “석경이는 착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승부근성까지 갖춰 배울점이 많다”며 칭찬을 하자 한석경은 이에 질세라 “언니(심민정)는 열심히 훈련할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등 배울점이 많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다가 심민정이 “내년에는 제가 1등 할 것입니다”라며 매서운 눈매로 결의를 다지자 한석경은 “언니가 나한테 하는 것 봐서 양보해줄지 생각해보겠습니다”라며 1등만큼은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서로 아껴주는 가운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둘의 모습에서 경북육상은 물론 한국 육상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권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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