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저렴하게 올린 후 실제로는 비싼 가격·조건 제시<BR> 법적제재 규정 없다는 이유로 방치, 보상절차도 쉽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부동산을 찾는 사례가 늘면서 허위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중개인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복학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모(23)씨는 최근 대구 북구 복현동 일대에 자취방을 구하려고 부동산 앱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 발품을 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탓에 부동산 중개앱을 통해 원룸 매물을 찾았지만 대부분 허위매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원룸 매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해 전화를 했는데 앱 상에 나온 물건들은 모두 방금 전 나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20여 곳에 전화를 했는데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만해서 우롱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구미로 매일 출퇴근 하던 공무원 최모(40)씨는 최근 야근이 많은 부서로 발령받으면서 구미지역에 원룸을 구하고 있지만, 허위매물 때문에 한달여 동안 방을 못 구했다.
기왕이면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방을 구하고자 했던 최씨는 부동산 중개 앱을 통해 검색했다. 원룸 매물들은 최씨의 예상보다 조건이 훨씬 좋아 보였다. 원룸치고 넓은 43㎡(13평)에 깨끗한 인테리어는 물론 TV 등 전자제품도 신형 같아서 맘에 꼭 들었다. 월세도 17만원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골라 둔 방을 보려고 부동산 중개인을 만난 최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부동산 중개인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동산 중개앱에서 보신 방은 모두 허위매물이다”며 “이 부근의 원룸시세는 보통 28만~30만원 정도로, 앱에서 본 가격으로는 방을 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앱을 통한 불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허위매물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매물에 대한 거짓·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을 가능하게 하도록 건의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계 부처는 “부동산앱은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실정이다.
일부 부동산 앱 업체들은 허위매물에 대한 자정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부동산 앱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직방`과 `다방`은 각각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와 `허위매물 ZERO` 등의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허위매물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허위매물임을 증명하려면 중개사가 “지금 그 방을 볼 수 있다”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과 중개사의 명함, 허위매물임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사진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를 모두 아는 중개사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피해 나간다.
중개사들은 통화할 때 “일단 한번 보러 오라”는 말만 반복하거나, 소비자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명함이 없다”며 주지 않는다. 또 방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집주인이나 입주자가 사진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막기 때문에 허위매물을 증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구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 사진이 표시 면적에 비해 넓어 보이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며 “다른 부동산에서 올린 동일매물의 조건을 대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