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광 규
보잘 것 없는 내 인생에 술을 퍼 먹이던 주막집
남자를 바다에 잃고 술집으로 흘러왔다는 여자가
동백나무 아래서 붉은 치마를 벗던 말씀
-- 선상님, 동박꽃 지는 것 좀 보이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랑께라
십 수년 전
여자는 치마를 뒤집어쓰고 파도 속으로 걸어갔다는데
해마다 이런 봄날
동백나무가 붉은 치마를 벗는다는데
짙붉게 타올랐다 뚝 뚝 떨어지는 동백꽃. 시인의 추억 속에 나오는 술청에서 만난 여자의 한 마디가 가슴을 치는 아침이다. 그런지 모른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게 아닌지 모른다. 못 이룬 사랑의 상처와 앙금을 가슴에 품고 투신한 그 여인처럼 이 봄날 저리 짙붉은 울음 덩어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