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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다녀오세요” 안동 말하는새 찌르레기 화제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2-07-11 21:43 게재일 2012-07-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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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김정희씨가 자신이 기르는 3살짜리 찌르레기 `밝음이` 의 재롱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앵무새나 구관조는 사람의 말을 곧잘 흉내 내는 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텃새인 어치(산까치)도 사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안동에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아주 특이한 새가 있다.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경당종택 옆 산자락에서 안승찬(54)·김정희(51)씨 부부가 기르는 3살짜리 찌르레기 `밝음이`다.

경기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05년 이곳에 귀농한 안씨 부부는 3년 전 태풍으로 쓰러진 뒷산 고목나무에서 둥지 째 흩어진 채 방치된 갓 부화한 새끼 찌르레기 5마리를 발견했다. 집에서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들은 `밝음이`, `재롱이`, `믿음이` 등 이름도 제각각 지어 줬고 지렁이, 계란노른자 등 먹이를 정성껏 골라 먹이며 애지중지 키웠지만 사고 당시 충격 때문인지 하나 둘씩 죽더니 결국 `밝음이`만 살아남았다.

“여보세요”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분명 새에서 나는 소리였다.

찌르레기 밝음이는 기분 내킬 때마다 “여보세요” 하다가 때로는 “다녀오세요”라고 하기도 하고 “이놈 자식”이라고 호통도 쳐댄다. 심지어 이웃집 닭 울음소리까지 흉내를 낼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부부사이 다툼이 있을 땐 밝음이가 남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뽀옹” 방귀 소리를 낼 때에는 웃음바다가 될 정도로 애교를 부려 이내 휴전(?) 상태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새장도 없이 1층, 2층 집안 전체를 무대로 날아 다니는 밝음이는 특히 김정희씨를 가장 잘 따른다. 새끼 때부터 지금까지 정성껏 보살펴 준 덕분인지 김씨 어깨에서 눈을 감은 채 졸기도 하고, 귀찮게 하거나 화가 나면 목 근처 깃털을 곧장 세우기도 한다.

“새는 머리가 나쁘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절대 믿질 않아요. 우리 밝음이를 보면요.” 라던 김씨는 어깨에 앉은 밝음이와 입맞춤을 시도했다.

지난해 여름, 안씨 부부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뒷산이나 수 km 떨어진 곳에서 날려 보내기를 시도했지만 밝음이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수차례. 이젠 헤어질 수 없는 영원한 가족이 됐다.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조류전공)는 “철새인 찌르레기가 특별하게 우는 새는 아니지만 언제, 어떤 타이밍에서 키웠느냐가 중요하다” 며 “갓 부화한 새에게 늘 먹이를 주고 애정을 쏟다보면 키우는 사람을 어미로 착각하는 각인효과로 인해 음성을 알아보는 등 언어학습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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