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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회 장발 화백 미공개 유작 공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9-16 20:40 게재일 2011-09-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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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 화백의 `십자가상의 예수`(한복을 입은 제자들)
한국 천주교의 첫 성(聖)미술 작가로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낸 장발(루도비코, 1901~2001) 화백의 미공개 유작 일부가 공개된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지난 8월 장 화백의 아들인 장흔 고르넬리오 신부(80·베네딕도회 미국 성 빈센트 수도원)와 약정을 맺고, 장 화백의 유작 80점에 대한 이미지 파일 사용권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왜관수도원 관할인 분도출판사는 이 가운데 `십자가상의 예수`, `순교자 정하상과 가족` 등 성화(聖畵) 12점을 골라 2012년도 달력(9월20일경 발매)을 통해 일반에 소개한다는 것이다.

분도출판사는 달력으로 선보이는 12점 외에 나머지 작품들도 엽서, 상본(像本, 성인화·종교화 등으로 만든 카드) 형태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달력을 통해 곧 공개될 미공개 성화들은 오랜 세월을 성화 제작에 바친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분도출판사 서울본부장 류지영 수사는 “이번에 공개되는 25점은 모두 망명지나 다름 없는 미국에서 그린 것이다. 작품 속에서 한복 입은 한국인으로 묘사된 인물들과 장 화백의 모친을 모델로 한 어머니 얼굴을 보면서 성미술 토착화에 대한 작가의 신념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장 화백은 가톨릭 신자로서 `목자 김대건`과 `명동성당 14제자`등 성화를 주로 그렸다. 19세 때 그린 유화 반신상 `김대건 신부`(서울대교구 소장)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성화다.

달력으로 먼저 공개할 성화 대부분은 1980, 90년대에 제작한 말년의 작품으로, 예술적 완성도와 작가의 신앙이 조화를 이룬다. 한국교회에 `토착화`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그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 옷을 한복으로 갈아입혔다. 또 전통 채색기법과 이콘 기법으로 화면을 구성해 한국적 성화의 독창적 길을 제시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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