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전재산 되돌려주고 아주머니 세상을 뜨다

심한식기자
등록일 2011-09-07 21:39 게재일 2011-09-07 5면
스크랩버튼

“모두 대학·복지재단 기부해 달라” 유언

영남대 등에 장학금 11억7천만원 전달

`공정사회`의 화두로 `나눔의 미덕`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부자들의 기부가 사회 번영과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들의 돈은 크고 베품 또한 넓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못잖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가난한 이웃들의 착한 나눔과 베품이다. 그런 선행은 우리 사회를 더욱 살 맛나게 해 준다. 이들의 돈은 작고 베품은 좁을 수 있지만 거기에 배인 땀은 더 진함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것도 이런 경우다.

평생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않고, 동전 하나 허투루 쓰는 법 없이 억척같이 재산을 모아 사회에 돌려주고 간 아름다운 천사가 있다. 대구 대신동에 살다 최근 작고한 손영자(여·66) 아주머니가 주인공이다.

손씨는 생업을 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허드렛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며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10년 전 당뇨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지만 치료비가 아까워 치료마저 미뤘다. 그 대가는 합병증이었고 만성신부전증은 그의 육신을 흔들었다.

손씨는 지난 7월 결국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남겨진 자녀도 없었다. 평생 홀몸이었다. 가장 가까운 이는 사촌동생들. 그들에게 손씨는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고 나거든 전 재산을 대학과 복지재단에 장학기금으로 기부해라.”

사촌들은 장례를 마친 뒤 최근 영남대를 찾았다. 기부한 돈은 무려 6억4천만원. 자신의 목숨 돌보는데 조차 쓰기 아까워했던 거금을 대학에 내놓은 것이다. 사촌들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과 남산복지재단에도 2억8천만원과 2억5천만원을 건넸다. 이렇게 기부한 돈이 합계 11억7천만원에 달했다.

일년 전부터 영남대병원에 다녔던 고인은 공부를 제대로 해 보지 못한 것을 평생의 아쉬움으로 삼았다고 했다. 겨우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어 어려워진 가정 사정이 탈이었다. 그가 마친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였다. 그 한이 이번 장학금을 탄생케 한 셈이다. 손씨는 자신처럼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보태주고 싶다는 마음을 장학금 기부로 표현한 것이다.

영남대는 고인의 아름다은 뜻을 살려 `손영자 장학기금`을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 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 명을 매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우리 학교와 개인적으로 연고가 있은 것도 아닌데 평생 모은 재산을 주고 가신 고인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뜻을 받들어 인성, 창의성, 진취성, 전문성을 겸비한 `Y형 인재` 육성에 소중하게 쓰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영남대 학생들도 “제 것 움켜쥐기로도 모자라 남의 것 빼앗으려 혈안인 세상에 모든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가신 고인과 그 뜻을 따라 준 유족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사회 곳곳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