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어려울수록 활기 필요… 지역경제 회복이 먼저’<br/>반대 측 ‘애도 없는 축제는 의미 없어… 치유와 회복에 집중해야’<br/>영양군 ‘지역 회복과 애도 사이… 균형 고민 중’
영양군이 의성 산불 피해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5월 8~11일 나흘간 예정된 ‘영양 산나물축제'의 개최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 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양군은 이번 산불로 인해 산림 자원과 지역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축제를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축제의 성격과 목적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축제 개최를 찬성하는 측은 지역 경제 회복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매년 산나물축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던 농가와 소상공인들은 “산불 피해로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살리고 외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생계 기반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양읍에서 산나물 판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 축제를 기다리며 산나물을 준비해온 주민이 많다”며 “위축된 지역 분위기 속에서라도 희망을 되찾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찬성측 일부 주민들은 “재난 이후일수록 사람의 온기와 모임이 더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상황일수록 축제다운 축제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다시 뭉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불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과 일부 주민들은 “산림이 재로 변한 상황에서 축제를 여는 것은 공감과 연대보다는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측 일부 주민은 “산도 아프고, 사람도 아픈데 무슨 축제냐”며 “지금은 치유와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영양축제관광재단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지역 전체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축제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축소 개최, 일정 조정, 기부 연계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회복의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향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며 “최종 결정은 9일 오후께 군과 영양축제관광재단, 영양군이장협의회 등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양산나물축제’는 올해 20년을 맞이한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영양군 대표축제로 경상북도 우수축제이자 최우수축제로도 선정된 축제다.
청정 자연 속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행사로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완전한 취소보다는 형식을 바꿔서라도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도와 회복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