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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하성의 최저임금 화살은 과녁을 비켜갔다

▲ 박준섭 변호사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국정감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번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이고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지만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과한 표현이라고 했다. 야당의원들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경제를 망친 책임이 크다며 장 실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이 늘면 소비도 증가하면서 결국 투자도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과거의 대기업중심 수출주도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고 이런 성장둔화의 원인이 내수와 소비부족과 소득분배 불균형에 있다고 보며 소득 특히 임금을 늘려 경제성장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장하성식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요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이었고, 그 결과 최저임금이 2년간 29%가 인상됐다. 높은 비율의 인상이 짧은 시간이 급격하게 이뤄졌다.이에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일본보다 최저임금이 높다는 불만도 쏟아졌다.정부의 최저임금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목표에 얼마나 유효한 수단이 되었을까. 우선, 최저임금의 인상은 중소기업만 어렵게 만들었다. 대기업은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개발력도 없이 대기업에 밴드화된 하청기업이 돼 최소이윤율만 얻으며 생존하고 있어 최저임금인상은 경영여건에 치명적이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임금만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전체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초래했다.저임금으로 연명해온 기업들은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내년에 또 있을 최저임금인상은 사신(死神)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그러면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임금이 늘었을까? 최저임금인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일부 소득이 늘겠지만, 이번에 최저임금을 올릴 때 근로자를 줄인 기업도 많다. 고용을 줄여 임금노동자 전체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더해 근로시간제한 정책은 기업으로 하여금 야간교대근무를 제한하게 해 개별 근로자의 소득을 더 줄게 했다.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소득이 다소 오르더라도 바로 소비로 연결되기가 어렵고 임금비용인상에 따른 물가인상만 가져올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그 수혜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크게 돌아간다는 것이다.그럼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몫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목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장하성 실장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 자영업자는 40대에 대기업에서 퇴출당하면서 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채 치킨집, 편의점 등을 개업할 수밖에 없었다. 비임금 자영업자의 비율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25%에 이르고 이는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다.이런 자영업자들에게 29%의 인상은 소득이 아니라 비용 폭탄이나 다름없다.소득주도정책의 타당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인상이 소득주도정책의 정책목표를 거의 실현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정책목표에 대한 정책수단의 실현능력이 미숙한 것이 아닌가 의심받는 상황이다. 장 실장이 여러 정책의 연관성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등 현실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논리만을 가지고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장 실장은 최저임금의 인상률에 자신도 놀랐다고 했다.그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조정하는 정책결정의 통제권조차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면 정하성 정책실장의 거취는 분명해 보인다.

2018-11-08

동북공정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 박준섭변호사얼마 전 가족과 중국의 심양을 거쳐 단둥, 국내성 백두산, 졸본 등 만주와 백두산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자란 화교 출신의 관광가이드가 고구려사를 중국 소수민족 역사의 하나로 설명해 듣는 내내 불편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현실을 본 것같아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동북공정은 현재의 중국영토 내에서 일어났던 모든 고대역사를 모두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부여,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고 그 역사도 중국역사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고대 조선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동북공정의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건은 1984년 중국 요하강 부근 우하량에서 약 5천년 전의 여신상이 발견됐다. 이것은 흔히 아는 홍산(紅山)문화로 신석기 문명이다. 세계사에서 4대문명, 그 가운데 가장 늦다는 황하문명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문명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하가점 상층문화라고 일컫는 이 유적에서 여신상과 신전터, 적석총과 석관묘 그리고 곰 토템 등 문명 시원의 유적이 발견됐다. 또 하가점 하층문화에는 요서지역에서 발전한 청동기 문화도 나타났다. 하가점 하층 지역에서 출토되는 청동기는 비파형 동검으로, 이는 황하유역에는 발견되지 않고 요하지역과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한국사의 표지적인 기물이다.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최근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며 홍산문화를 한국의 기원문화로 제시하고 있다. 홍산문화가 기원전 5천년 전이고, 단군이 건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333년이므로 연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우하량 지역에서 출토된 곰 토템이 웅녀와 관계가 있고 삼국유사와 문헌적으로 연결된다는 점, 적석총과 석관묘 문화는 시베리아 등 북방벨트에서 발견되고 중국본토의 문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빗살무늬토기와 세석기는 요하 일대 신석기 문화에는 대부분 보이는 것이지만, 황하 일대는 없는 북방문화계통인 점을 들고 있다.또 하가점 상층문화와 연속성에 대한 의견대립이 있기는 하지만 하가점 하층 문화의 기원연대는 기원전 24세기경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15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와해된 것으로 보인다. 그 범위는 내몽고 남부지역과 요녕성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돼 이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대 조선의 건국연대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이에 문헌사료의 부족과 고고학 자료의 한계 등을 근거로 고대 조선이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그러나 문헌에만 의존하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한계가 있고 고고학상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지역은 고대인 기원전 6천년 당시부터 이미 중원과는 다른 문명권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홍산문화와 소하연 문화 등 신석기 시대문화에 이어지는 하가점 하층과 상층문화 등 청동기 문화는 우리 역사에서 고대 조선 시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고 학문적으로도 가능한 ‘역사’라고 생각된다.중국은 현대 신해혁명 당시 구호였던 ‘멸만흥한’이라는 이념으로 존재해왔던 전통적인 ‘화이사상’을 포기하면서까지 현재의 중국영토의 한족과 이민족을 하나의 역사로 만드는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다시 한 번 우리역사를 한반도로 제한하는 강요이며 위험한 시도다.이의 대응책은 우리 역사의 기원이 한반도 북방이 동북지역에 있다는 의식을 분명히 하면서 홍익인간과 제세이화의 이념을 가진 단군 신화를 ‘역사’로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제 국가개념은 지고 세계가 네트워크로 이어진 미래시대가 도래할 경우를 대비해 ‘어디까지가 우리 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 역사를 교류의 과정으로 보아 만주, 몽골 초원,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역사관을 넓혀나가야 한다. 역사적 상상력은 우리에게 요하문명이 유목과 농경이 융합된 평화롭고 평등한 고대문명이었을 가능성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이것은 과거에 서양의 고대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세계의 ‘새로운 미래’의 희망의 빛을 찾는 것을 뜻한다. 그 중심에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서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10-22

적폐청산 방식 유감

▲ 박준섭변호사문재인 2기 정부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적폐청산을 해왔는데 이것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과거청산 방식이 생각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우월주의는 17세기 중엽 백인 이주와 더불어 시작됐다. 네덜란드계 백인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당 정부가 1948년 수립 후 인종차별·인종격리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낳았다. 이 무자비한 차별정책은 1994년 처음으로 민주선거가 치러지고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46년간 계속됐다.아파르트헤이트는 인구등록법에 따라 백인, 흑백 혼혈인, 인도인, 흑인으로 인종을 나누고, 다른 인종간의 결혼을 금했다. 또 인종별로 거주지를 규정해 강제 이주시켰으며, 유색 인종이 중앙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법으로 제한했다. 반투 교육법을 두어 흑인 아동들에게는 고등 교육을 시키지 않고 급식도 제한했다. 희생자의 목에 타이어를 끼우고 석유를 가득 부은 뒤 불을 지르기도 했고, 사람을 죽인 뒤 증거 인멸을 위해 시체를 태우면서 옆에서 바비큐를 즐기기도 했다. 고환을 꺼내 골프공 크기가 될 때까지 힘껏 쥐어짠 뒤 강하게 내리치기도 했다.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서 저지른 과거사를 처리하기 위해 투투 대주교를 ‘진실화해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설립은 국제적으로 선구적인 사건이었다. 그 이유는 어떤 나라도 과거에 저질러진 잔학 행위의 진실을 드러내면서 이전의 억압자들과 화해하고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전의 과거청산은 오로지 처벌과 응보를 통한 정의의 회복만 있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의 과거청산이 그랬고, 식민지를 경험한 다른 나라들이 그랬다. 그러나 진실과 화해 위원회의 핵심은 “잘못에 대해 진실을 말하라. 그러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진실을 밝혀서 처벌하겠다”는 것이었고, 이 원칙에 따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과거는 청산됐다.투투가 남아공의 화해와 진실위원회의 방법으로 정의를 세우려고 했던 것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청산하는 ‘주체의 불완전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친일에 대한 역사청산의 문제,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기업과 그에 따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빈부의 격차, 권력남용, 남성우월주의, 권위주의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우리는 여전히 싸움터의 한복판에 있다.투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화, 친절함, 공동체는 모두 가치있는 선이지만, 사회적 조화는 우리에게 숨뭄 보눔(summum bonum), 즉 최고선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추구해 온 이 선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모든 것을 역병처럼 피해야 한다. 분노, 적개심, 복수심, 심지어 치열한 경쟁을 통한 성공은 이 선을 좀먹는다. 용서는 그저 이타심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가장 큰 유익이 된다. 상대방을 비인간화하려는 것은 틀림없이 나도 비인간화한다. 용서는 사람들에게 회복할 힘을 주어 그들을 비인간화하려는 온갖 시도를 이기고 여전히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회, 그 사회에 참된 미래가 있다. 용서없이 미래는 없다.” 현재에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계속 개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청산의 방식에 선뜻 동의가 되지 않고, 과거를 다루는 방식이 철학적인 관점에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18-09-12

급진적 탈원전 정책 재고해야

▲ 박준섭변호사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 6월 15일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면서 원전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 원전 가동률이 낮아짐에 따라 발전비용이 증가해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적자를 냈다. 한전은 기업에 제공하던 심야 경부하 요금 할인폭을 축소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다. 결국 산업용 전기료 뿐만 아니라 가정용 전기료도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생산비용 증가 문제는 단순히 전기료 인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경쟁력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한전이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면 바로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은 중국이 우리의 기간산업을 더 빠르게 추격할 수 있도록 가속을 가하는 결정적 수단을 우리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4차산업으로 각광받을 전기자동차도 전기를 아주 많이 필요로 하고, 이것은 탈원전이 신산업의 경쟁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도 동경대지진 후 ‘원전제로’ 정책을 펴자 전기를 많이 쓰는 MS, 아마존와 같은 IT 기업과 미쓰비시, 도레이와 같은 화학기업들이 일본을 떠났다. 일본은 이 정책을 3년만에 포기하고 다시 원전을 가동하면서 전기료를 깍아줄 수 밖에 없었다.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겠다는 시각이 원칙적인 면에서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중단시키고 계획 중인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바로 급박하다 못해 과격한 탈원전 정책추진이 문제인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 중 독일은 원자력 공급산업이 쇠퇴한 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또 스웨덴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원전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원전 사업 성장기에 있고, 원전 수출국이며,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정지하는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 폐지논의가 시작된 이래 25년 간의 논의를 거친 후 2011년에 이르러서야 메르켈 총리가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런 신중함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의 현실은 전기료 인상이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전기료는 가정용이 23%, 산업용이 42%가 올랐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프랑스가 생산한 원전을 사오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할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국내원전은 문을 닫더라도 수출만큼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기 나라의 안전과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합리적 국가 이성의 분열이고 정치철학 부재만을 드러낼 뿐이다. 근대로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는 위험사회가 됐고, 그 위험은 비단 원자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항공기, 전쟁, 도시화, 환경오염 등 이 모든 것이 현대사회의 문제이지만, 근대의 합리적 이성은 문제가 있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통제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고 이것이 계몽된 선진사회의 모습이다.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방식이고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며 탈원전 공약을 수정했다.국가가 신이 아니듯 대통령도 신이 아니다. 국민들은 단지 정직하고 합리적인 정책수정도 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를 바랄 뿐이다. 이런 것이 나라다운 나라의 대통령의 모습이 아닐까.

2018-08-17

목련꽃 가득한 도시, 대구는 어떤가요

▲ 박준섭 변호사천리포 수목원은 칼 밀러가 평생에 걸쳐 태안반도에 만든 수목원이다. 그는 1945년에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였던 나라를 방문하러 인천에 들어온 미군에 소속돼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이후에 6·25전쟁에도 참전했다가 한국의 아름다움에 반해 휴전 이후에도 한국은행에 근무하면서 한국에 남았다. 그는 후에 귀화해 민병갈이라는 한국이름도 얻었다. 한국은행 고문직에 있던 그가 1962년 한국인 동료를 따라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았다가 딸의 혼수비용을 걱정하는 한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그를 돕는 셈치고 소유하게 된 6천평을 수목원으로 꾸몄다. 천리포 수목원이 탄생한 연유다. 천리포 수목원은 그 후 15년간 현재규모의 18만평으로 늘었다. 한국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수목원인 천리포 수목원은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에서 원예학적으로 가장 잘 가꿔진 수목원이라는 의미에서 명예훈장을 수여한 곳이다. 또 미국 호랑가시협회가 프랑스 이외에는 처음으로 호랑가시수목원 인증패를 수여한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천리포 수목원의 자랑은 무엇보다도 목련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목련이 약 500여종이 되는데, 그 중 400여종이 이 수목원에 있다. 단일 수목원으로는 세계 최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목련은 중국에서 건너온 백목련이고 진짜 한국 목련은 제주지방의 자생종 하나뿐인데 일명 고부시 목련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자목련, 자색목련, 태산목, 일본목련, 산목련 등이 우리가 흔히 아는 목련의 종류이다. 그런데 천리포 수목원에는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을 단 목련 ‘아테네’, 해질녘이면 큰 연못에 촛불을 켜듯 빛난다는 ‘돈나’, 예술적 정취를 뽐내는 아시안 아트스트리, 옐로우버드, 재미있는 이름의 ‘스타워즈’, 고 민병갈 원장이 숙모를 그리며 이름 붙였다는 ‘엘리자베스’ 등 외국에서 수입한 수백 종류의 목련이 있다. 특히 비욘디 목련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생물목록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목련이고 불타는 듯한 붉은 색을 가진 불칸은 봄이 되면 방문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목련이다.‘정원소요’(이동협 저)라는 책에 실려 있는 스트로베리 크림이라는 목련의 사진을 본 것이 필자가 천리포 수목원의 목련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흰바탕에 엷은 분홍빛의 목련을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해 황홀한 감동에 젖었고 한동안 책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천리포 수목원을 방문할 날만을 기다렸다.지난 2010년 봄, 그해 드디어 벼르던 천리포 수목원을 처음으로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너무 늦은 봄의 방문인지라 그 화려한 수선화도, 기대했던 스트로베리크림도 볼 수 없었고 별목련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지만, 수목원에 바로 붙어 있는 낭새섬이며 수목원의 다른 나무들을 보며 역시 천리포 수목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칭찬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 후 봄이 되면 가족들을 데리고 목련을 보러 천리포 수목원을 방문하곤 했다. 그리고는 언제부터인가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그 화려한 목련들을 내 고향 대구에 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하게 됐다.최근에 대구시가 다시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번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때에는 더운 대구에 나무를 심어 온도를 낮춘다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특별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도시공간을 디자인하면 좋겠다. 그 특별한 나무로 목련은 어떨까? 목련은 대구의 시화이기도 하니 화려한 목련으로 대구를 가득 채워 대구의 상징으로 만들어도 좋으리라 본다. 외국수종의 목련은 꽃이 화려하고 향이 좋을 뿐만 아니라 꽃도 오래간다. 백목련처럼 꽃이 질 때의 초라한 느낌도 없다. 매년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련 하나를 보기 위해 그 먼 태안반도의 천리포 수목원까지 기꺼이 방문한다. 천리포 수목원에 비해 대구는 KTX가 있어 입지도 좋으니, 전국의 관광객들이 목련이 피는 봄날을 손꼽아 기다려 방문하는 목련향이 가득한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를 꿈꿔도 좋지 않을까.

2018-07-16

보수는 진정한 메타노이아를 할 때다

▲ 박준섭변호사제7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끝이 났다.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는 몰락했다. 보수가 거부당한 것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이다. 보수의 중심지역이었던 TK지역도 변화의 기운은 강력했다.보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포퓰리즘에 의한 선동정치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의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결정에 의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보수는 반성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길을 가기는 커녕 거부권정치를 통한 권력투쟁과 품격 없는 막말만 일삼게 했을지도 모른다.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 미숙함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보수는 자신들의 가치를 국민에게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무력한 비판만 했다. 원자력발전소 폐기가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반환경주의자로, 북한 핵 문제와 남북화해가 이슈가 되었을 때에는 반통일주의자로 국민에게 비춰지면서 국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괴리되었다.입시정책 등 교육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국민이 기회균등의 문제에 왜 그토록 예민한지 보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졌다.국민에게 보수는 근대가 끝나고 문명사적인 전환이 시작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미래가치를 국민에게 주도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 산업화의 성과와 안보에만 매달리며 그저 진보정권이 잘못하기만 기다리는 수구세력에 불과했다.국민은 결국 보수를 심판했고 보수의 불씨만 TK지역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보수가 아직도 30%의 콘크리트 지지층 운운하면서 변화를 거부한다면, 시민들과 생활정치를 하는 구의원부터 신중하게 교체하고 있는 시민들의 단호하고도 지혜로운 판단을 또다시 읽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는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가 완전히 폐기될 것이다.보수는 이제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진보에게 선점당한 참된 보수의 가치를 다시 국민에게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고향의 권리와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보수가 권위주의를 버리고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추상적 개인이 독립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존재라고 믿는 진보와는 달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세대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보수가 미래세대를 위하여 지금 환경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과거 역사의 연속성과 전통을 존중하는 보수가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북한과의 통일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중시하는 보수가 평화통일을 주장하여야 한다. 또 기성의 보수정치에 공감하고 따라주는 청년들만 찾지 말아야 한다. 보수는 기성세대가 주장하는 보수의 가치로는 청년들이 이미 깨져버린 자유의 전제조건을 회복시킬 기회가 없고 그래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청년들과 함께 그들이 자신의 나라와 그들 자신의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젊은 보수가 새로운 가치가 되어야 한다.국민은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우리나라가 국가구조를 새롭게 혁신하지 않으면 이미 완고해진 기득권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하여 자유의 전제조건이 파괴되어 평범한 국민이 더 이상 자유롭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이 더 이상 진보가 중요시하는 평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의 주된 가치인 자유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수가 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도부가 선거결과를 받아들고서 국민들 앞에 또다시 무릎을 꿇고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헬라어로 회개를 메타노이아라고 한다. 메타노이아는 그냥 심리적인 반성이나 후회가 아니라 관점과 생각을 바꾸고 가던 길을 되돌려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지금은 메타노이아를 통해 참된 보수가 잃어버린 보편적 가치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할 결정적 시간, 바로 카이로스이다.

2018-06-20

대구, 트램의 도시가 되자

▲ 박준섭 변호사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트램 건설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 트램은 2000년대 이후에 신교통 수단으로 부활되면서 이미 전 세계 50여 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다. 트램은 이제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는 1899년부터 트램을 운영하였지만 자동차에 밀려 1968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가 최근에 트램의 장점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대전, 서울 등에서 트램 재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트램의 장점은 우선 건설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Km당 건설비용이 도시철도가 약 1천200억원인 반면에 트램은 약 200억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당 최대 수용능력면에서도 일반버스는 2천500명, 전용버스는 6천명인데 반해 트램은 1만2천명으로 효율성도 훨씬 높다. 트램은 배터리로 운행되므로 도시에서의 쾌적성과 친환경성이 높다.외국에 가면 트램이 지나가는 옆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버스가 지나다니는 곳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소음이 심하고 배기가스가 나오는 버스 옆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트램이 저상차량이어서 노인 등 교통 약자들도 쉽게 탈 수 있어 노령화 사회에 적합한 교통수단이라는 이점도 있다.이런 이유로 국토교통부도 트램 도입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국가 RD사업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였고, 로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접목한 충전식 무가선 트램을 개발하여 양산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전 등 여러 도시에서 트램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모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실현이 수년째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트램이 현실에 등장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최근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소위 트램3법이 개정되어 트램 설치를 위한 필수적인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다. 그러나 법령정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의 변경이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트램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것은 트램 자체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예비타당성조사 기법이 지하철에 기준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트램이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트램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법을 다르게 하였기 때문에 쉽게 부활할 수 있었다. 트램으로 인한 통행성의 정시성, 쾌적성, 친환경성, 약자 친화적인 부분 등 모든 영역을 개량화해 반영한다.최근에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예비타당성 조사의 기준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또 트램을 조속히 도입하면서 우리 지역에도 트램도입과 관련하여 고려하여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트램의 설치를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도심재생을 중점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대규모로 철거하고 다시 재건축하는 방식이 아닌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계획과 교통계획이 분리되어 사고되었다면 지금은 트램이라는 교통계획과 연계해 도시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트램을 설치하면서 동시에 보행자 이동로를 따라 가로형으로 배치된 상가인 트랜짓 몰과 대중교통회랑을 활용하여 도심재생을 진행해야 한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지역은 교통혼잡으로 교통지옥에 시달리던 도심에 1994년부터 트램과 트랜짓 몰을 도입하였다. 추진과정에서 주변상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으나 도심부활에 대성공을 이루었고 현재는 도시 전체를 대중교통중심도시로 변화시켰다.대구는 지금 새로운 산업구조를 혁신해 첨단 미래도시로 도약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첨단산업도시의 개념은 좋은 환경 속에서 일하고, 놀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문화, 예술의 도시와 결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트램은 대구가 친환경·문화·예술의 첨단미래 도시의 혈관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18-06-06

헌법개정으로 사교육 금지 조항을 두자(中)

▲ 박준섭변호사최근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규모도 매년 증가했다. 부모들이 한 두명에 불과한 자녀의 사교육에 더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사교육의 문제는 비단 교육문제에 제한되어 있지 않고 여러 정책요소와 결합되어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는 ‘한 자녀당 결혼 전까지 양육비가 3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양육비 중 상당부분을 사교육비가 차지한다. 국가가 저출산 대책으로 개인에게 지급하는 적은 돈으로는 사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이것이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서울의 강남지역과 대구 수성구 등 지방에서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지역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도 사교육이다.많은 사람들이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대책이라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관점보다는 경쟁자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행학습이 새로운 창조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될 내용을 미리, 그리고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을 통해 남보다 앞서 나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런 선행학습을 통한 경쟁 시스템에서는 공교육이 아무리 정상화되더라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하는 선행학습의 필요성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행학습을 통하여 더 높은 학업성취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학습능력이나 성취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은 대단히 소모적이고 무용한 경쟁에 불과하다. 창조성을 기르는 것이 아닌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이 주를 이루는 것에 불과한, 문제만 많은 사교육이라면 이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떨까. 그 조치는 바로 과외금지, 사교육 금지이다.과거 정부가 1980년 ‘7·30 교육개혁’을 발표하면서 ‘과외금지’가 시행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0년에 이르러 과외를 금지하는 학원의 설립, 운영법 제3조가 아동과 청소년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부모의 학습권, 과외교습을 하고자 하는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에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규모도 급증했다. 이후 사교육을 금지하자는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왔지만, 헌법재판소가 내린 소위 과외금지 위헌결정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우리가 사교육에 대하여 전향적으로 금지를 하면서 헌법위반 논의를 피하는 방법은 헌법개정을 하면서 헌법에 사교육금지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면 된다. 헌법에 사교육금지를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하위 법률에 위임하여 구체적인 사교육 금지 규정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위헌법률심사 등 규범통제에서 과외금지규정에 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므로 예·체능 이외의 사교육금지, 학교 내 방과후 학습 이외의 사교육 금지 등 다양한 사교육 규제가 가능해진다. 사교육금지가 사교육 산업의 위축 등 일자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당연히 예상되지만 그러한 약점은 우리나라 사교육시스템의 폐해를 고려하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헌법개정은 선행학습으로 대표되는 망국적 사교육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결정적 방안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이미 있다. 마침 최근에 헌법개정 논의가 국가적 이슈가 되는 계기도 있다. 이제 사교육금지에 대한 헌법적 규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2018-05-16

교육개혁은 국가구조개혁의 중심축이다(상)

▲ 박준섭변호사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 시안은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하려다 1년을 미룬 것치고는 이렇다 할 결론이 없다. 최종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의 검토를 거쳐 8월 말께 확정될 계획이다. 지금의 중학교 2∼3학년은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이 시작된다고 생각되는 2030년에 20대 후반이 된다. 이 세대는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국가와 세계에 대해 정칟경제 질서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특별한 세대다. 따라서 이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은 단순히 한 번의 입시제도를 정하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개혁의 중심축을 정하는 일이다.교육개혁의 문제는 여러 사정이 얽혀 단순화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우선 세가지 쟁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교육방식에 대한 개혁, 평가방식에 대한 개혁, 대학교육에 대한 개혁이다. 바로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이 평가방식에 대한 개혁 문제다.국민이 평가방식의 교육개혁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공정성과 기회균등이다. 우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평가받는 과정에서 준비부담이 크고 학생생활기록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아울러 대학의 선발기준·선발결과에 대한 미공개 등 소위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국민은 대한민국이 건국한 지 7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이미 기득권을 이룬 세대가 다음 세대에도 학종이라는 것을 통해 학벌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물려주고자 불공정한 규칙을 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학종이 소위 금수저 전형으로 학생부 비교과 활동인 이른바 ‘스펙’을 쌓는데 많은 사교육비와 부모의 영향력이 있어야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정시모집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도 마찬가지다. 수능에 낸 문제를 잘 푼다고 근본적인 사고나 탁월한 문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 수능문제를 모두 맞춘다고 천재가 푸는 수준의 문제를 푼 것이 아니다. 문제풀이의 무한 반복을 통해 남보다 앞서, 많이 풀어본 아이들이 점수를 잘 받는 구조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부모는 수능의 의미를 잘 아는 기득권층의 부모가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비싼 사교육비로 선행학습과 반복적인 문제풀이 훈련을 시켰고 그런 아이들이 소위 일류대학의 입학을 선점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이 왜곡된 단 한 번의 경쟁을 통해 생긴 결과는 한국사회에서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좀처럼 바뀌지 않는 완고한 기득권이 돼왔다.이런 점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현행 입시제도가 이미 성공한 자에게만 유리한 제도이고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 및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질서가 형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기회의 균등은 가정형편이나 거주지역 등 타고난 여건의 우연성 때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이런 시각에서 보면 학종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평가기준의 공개다. 심지어 대학마다 지역별·고등학교별로 평가점수가 달리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고등학교가 어디냐에 대학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일 수가 있다. 이 평가기준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부모가 이룬 성과가 자식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성공한 부모가 이룬 성공이 다음 세대의 삶에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자녀가 결코 극복 못 할 차이를 만들어내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다. 평범한 국민은 성장배경은 초라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하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살기를 원한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개편이 대한민국 미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2018-04-24

헌법개정, 아직은 평화롭게 더 싸우며 숙의할 때

▲ 박준섭 변호사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기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로 26일 발의할 예쩡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헌법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국회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다음,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현행 헌법이 대통령·국회·국민이 함께 개헌절차에 참여한 것은 헌법기관이 개헌의 여론과 합의형성 과정에서 결정에 이르는 과정까지 민주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현행 87체제 헌법은 명예로운 `6월 항쟁` 이후에 얻어낸 자랑스러운 민주 헌법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 독재의 경험에 대한 반성으로 규정된 대통령임기 단임 5년 규정은 너무 짧아서 전임 대통령의 정책은 다음 정권에서 자주 폐기되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다시 집권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조급한 정책결정과 무리한 시행으로 책임정치가 실현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또 과거 헌법보다 완화됐지만, 권력구조가 대통령에게 기울어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권위주의적인 면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의 권한남용 경험으로 현행 헌법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졌고 최고 통치권자에 대한 권력통제에 대한 헌법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고전적 삼권분립개념을 넘어 현대적·기능적 권력분립의 핵심내용인 지방분권의 개정문제가 제기되면서 헌법개정을 절실한 당면과제로 만들었다.이렇게 헌법개정 논의가 현정부에서 현실화되자 대의제 민주주의의 현대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주의제도 도입,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실험적 내용,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대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분배문제의 해결 등 현행 헌법이 가진 약점뿐만 아니라 세계가 앞으로 맞닥뜨릴 문명사적 전환을 준비해야 할 사안들도 백가쟁명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그러나 구체적인 헌법개정 논의를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여당은 권력분산을 이야기하면서 과거에 주장하던 분산형 대통령제의 입장을 바꿔 오히려 4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하고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개정안도 현행 재정조정제도와 과세자주권이 핵심인 재정 분권의 문제나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등 종래에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개정돼야 한다고 논의되던 중요한 사안들이 오히려 후퇴해 제안되는 상황이다.이는 결국 헌법개정의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일이다. 세계의 일류국가의 정책가들과 학자들이 문명사적 전환을 준비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하는 미래의 민주주의 문제와 자본주의에서의 분배문제를 마치 우리가 지금 이미 답을 가진 것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에 기여하고 다음세대의 목표이자 임무라서 그렇다.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우선 당장 시급히 개정해야 할 사안과 미래에 개정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지금 개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국민과 함께 국회의 논의를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더 지켜봐야 한다.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공적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이루어 내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가지고 더 숙의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상대방이 반개혁세력이고 틀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과거 정부의 문제점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8-03-20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은 유지돼야 한다

▲ 박준섭 변호사최근 헌법개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헌법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에서 `자유`의 문언을 삭제하자는 개정의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를 삭제하는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통일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문제다.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본이념으로 정하고 있고, 통일조항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가로 통일을 하라고 헌법적 명령을 하고 있다. 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때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해석된다.그런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일까. 흔히 고전적 자유주의를 철학적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Liberalale Demokratie)로 오인하거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어라고 오인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고전적 자유주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대 미국에서 정치적 자유주의는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어 미국식 자유주의라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경제적 의미의 자유주의는 더욱 아니다. 헌법학자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로운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로 이해한다. 독일헌법재판소의 사회주의 국가당 사건과 독일공산당 사건 영향을 받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을 헌법이 수호해야할 최고의 가치로서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의 배제,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와 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라고 정의한다.독일이 위헌정당해산을 내용으로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두게 된 배경은 민주주의에 어떤 내용도 담을 수 있다는 가치상대주의를 근거로 성립한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나찌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의 이름으로 수권법을 통과시켜 총통제의 전체주의국가로 나아간 데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찌에 의한 전체주의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국민주권·자유·평등·정의라는 가치에 구속되는 민주주의를 채택했다.우리나라에서는 좌파 헌법학자 가운데 국순옥 교수가 민주법학에 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후 이 견해가 진보·좌파학자들의 주된 입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반자유주의적 본질이 반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를 근거로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를 초역사적 자연질서로 보고 헌법보호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현재의 이 시점에서 무조건 그리고 영구히 동결시키는 것이므로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며, 결국 인민민주주의로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이런 배경지식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중 자유 문구 하나를 삭제하자`는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크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현실 사회주의 실험이 모두 전체주의 국가로 나아간 것이 역사적 현실인 상황에서 전체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인민민주주의 정당을 용인하자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인가.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서 통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전체주의 국가로 가는 통일은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인민민주주의 국가체제를, 남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국가체제를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차 평화통일의 조건이 성숙했을 때에 인민민주주의로 합의하여 통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항을 폐지하고자 하는 것인가.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를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찬성하는 자들은 이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대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8-03-12

안중근 - 동양평화론을 다시 생각한다

▲ 박준섭 변호사얼마전 대구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변호사들과 하얼빈을 방문하여 안중근 기념관과 731부대 기념관을 들렀다. 하얼빈이라는 역사적 공간은 나에게 안중근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곳이었다. 도대체 왜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주장하면서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여야 하였을까라는 생각을 그곳에서 하게 되었다.안중근은 자신의 미완성 저서인 `동양평화론`에서 서양이 제국주의 팽창노선으로 동아시아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군국주의 일본이 서양의 팽창주의정책을 본받아 대륙과 한국에 대하여 식민지 지배를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지적하였다.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그 당시 일본이 주장하던 제국주의적인 아시아연대론이나 동양평화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1885년에 일본이 서양열강을 본받아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에 대하여 팽창주의정책을 취하여야 한다는 소위 탈아론(脫亞論)을 발표한 이후에 일본은 전면적으로 제국주의 침략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양평화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서양의 침략에 대하여 동양을 지키고자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다는 동양평화론을 유포한 일본은 병합을 앞둔 통감부 시기에는 동양평화를 위해서 분란의 소지가 있는 한국을 보호국화 또는 합병해야만 화근을 없앨 수 있다는 동양화근론으로 논리를 발전시켰다.안중근은 일본인들에게는 지금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선의 병탄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고 안중근 의사도 이 점에 대하여 단호하게 부정하였다. 안중근의 의거는 곧 식민지가 될 약소국의 군인으로서 제국주의 팽창에 대한 강력한 무력적 저항, 곧 동양평화의 의전(義戰)으로 보아야 한다. 안중근 의사는 뤼순감옥 수감 직후 기술한 `안응칠 소회`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천하대세를 깊이 헤아려 알지 못하고 함부로 잔혹한 정책을 써서 동양 전체가 멸망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그 죄악을 성토한 것이라고 그 뜻을 뚜렷이 밝히고 있다.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서론과 1장인 전감만 작성된 상태에서 사형당함으로써 미완으로 끝났다. 그러나 미완성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중요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동양평화론이 이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그 나머지 장들을 그 여백에 이어 써 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이제 100년 전의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상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21세기에 동아시아담론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미국에 대응하여 중국이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2030년 무렵에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다시금 깨어질 수 있으므로 그 때에는 중국, 일본,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의 새로운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게 될 계기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중·일 동양 삼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공동체를 결성하자는 안중근의 구상은 근대가 끝이 나고 문명사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에 평화라는 새로운 미래의 전망를 열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한반도의 분단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간절히 바라는 동북아 평화구상에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나아가 이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면서 더 이상 민족주의적 시각에만 얽매이지 말고 인류적 관점, 문화사적 관점에서 더 큰 통일의 의미를 발견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토지를 매개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던 근대의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 문화와 문명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때, 가해자였던 역사가 없고, 동서양을 동시에 잘 아는 대한민국이 동북아평화공동체 담론을 주도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의 평화와 운명을 주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이것이 안중근 의사가 미완의 동양평화론에 미래세대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내용이 아닐까.

2018-02-13

평가방식과 교육혁신, IB를 도입하자

▲ 박준섭 변호사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제주도교육청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서울시교육감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교육감들이 앞다투어 도입을 주장하는 것일까.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 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교육과정 및 시험이다. 이 과정은 풀이과정을 중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주관식 과제해결형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융합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고 평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우리나라에서도 브랭스홀 등 국제학교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교육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는 이미 일본에서 교육개혁을 위한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바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IB교육과정을 일차적으로 200개 학교에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공교육에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암기와 주입식 교육을 실시했고,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객관식과 선택형 시험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이와 같은 교육방식은 우리가 패스트 팔로업(추격자)모델의 국가일 때에는 의미가 있었다. 선진국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지식, 학문, 산업을 빠르게 따라 배워서 추격하여야 하는 시기에는 창의성, 사고력보다는 정확성, 암기력이 더 중요했다. 선생님의 모든 가르침을 노트에 필기하여 정확하게 암기하고 복기해내는 능력이 중요했고, 이것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하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낡은 지식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스스로 또 협력을 통해서 빠르게 배워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이 중요하게 됐다.단순한 주입식·암기식 지식이나, 사고력 없이 반복적으로 훈련된 연산능력을 요구하는 지금의 교육·입시제도를 통해서 키워낸 인재가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시대에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우리도 프로젝트 수업(PBL)과 자유학기제 등을 통하여 `교육방식`의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방식의 개혁은 객관식·단답형의 `평가방식`인 수능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선 학교에서의 차원에 이르면 형식적 개혁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수시평가(학생부종합전형)가 공정하지 못하고, 준비부담이 너무 크고, 깜깜이 전형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수시평가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수시평가가 본인이 관여할 수 없는 부모의 경제력, 고교의 유형 등에 따라 대학입학의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정부가 다각도로 교육개혁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 지역도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면 어떨까.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가 `교육방식`의 개혁과 `평가방식`의 개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이를 도입하기 위해 IB 교육과정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채점자들을 훈련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정부는 대학에서 IB졸업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지역에 가난한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고, 학생들이 IB교육과정에 적응하려면 열심히 스스로 공부해야 하므로 사교육의존도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IB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에 유일한 답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여러 가지 답 가운데 유력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