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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태 능소화는 피었는데

김락기시조시인 · 칼럼리스트 능소화는 야릇하다. 재택생활에서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머나 가까우나 강렬한 다홍빛 원색으로 메며든다. 도색적·뇌쇄적 매혹을 풍긴다. 지금 하추교역기 꽃들이 사방에서 피고진다. 나라가 온통 꽃 세상천지다. 세계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는 사계절 내내 꽃들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집 발코니에는 제라늄꽃이 핀다. 몇 달 전 수십 년 만에 한강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강변에 펼쳐지는 야경은 장관이었다. 저녁이 이슥하자 빌딩 숲에 켜지는 청사초롱 꽃들이 뭇별처럼 반짝이며 이내 속가슴을 후벼들었다. 밤낮없이 피는 꽃들 가운데 능소화는 이즈음 어디서나 쉬이 볼 수 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로 읊거나 필묵으로 치는 제재다. 1930년대에는 ‘서울에서 사직동 덕흥대원군 사당 담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꽃이었다.’고 문일평의 ‘화하만필’은 이른다. 꽃말 ‘명예’나 별명 ‘양반꽃’이 어울리는 까닭이다. 나는 한때 이를 문인화로 치면서, 담장을 낀 길녘이 능소화와 잘 어울림을 느꼈다.“능소화 드리우고 호박넝쿨 덮이어도/토석담 그 골목이 왜 그리도 무료한지/담벼락/기대고 서서/꿈 그리던 몽상들∥성벽 담이 높다 해도 단풍 들고 눈 내리면/묻어두던 정감들이 서럽도록 그리워서/예서 또/거닐어보는/그때 여느 발자취.” 내 졸음 ‘돌담길’ 부분이다. 10여 년 전 군위 팔공산 자락 한밤마을을 지날 때 감회다. 어떤 블로그에는 능소화가 피어 있는 고향마을 돌담길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 서럽도록 그리운 한 폭의 풍경화라고 평했다. 담벼락이나 큰키나무 가지들을 된통 휘감고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고 장대하다. 치렁치렁한 원추꽃차례-청록색 이파리와 주황 또는 선홍빛 꽃떨기가 보색 대비되어 인상 깊게 여운이 밴다.지금까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겉쪽 풍경이었다면, 나라 안쪽 모습은 어떤지 보자. 작년 4·15 총선거에 대한 무효소송 재검표 현황을 예로 든다. 인천 연수을·경남 양산을·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등이 진행되었다. 국민이 믿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의 공정한 재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선거소송은 180일 이내에 처리토록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주심 대법관의 얄궂은 행태에 민심의 꽃들이 분노로 시들고 있다. 공병호 박사 같은 분들이 피를 토하듯 부정선거라고 열변한다. 이상하리만큼 주류언론은 침묵한다.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지난 8월 24일 ‘자유민주주의 근간, 헌법의 기초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열망과 각오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민의 3대 주권 중 투표권이 유명무실화된다면 저항권을 넘어 혁명권이 실행될지 모른다. 시들다 지친 꽃들이 태풍처럼 돌변할 수 있다. ‘능소화’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원망만 하랴. 싱싱한 채로 떨어지는 꽃을 문일평은 주목했다. 시조 올린다.‘꽃 같은 세상’꽃네는 애시당초/꽃 세상을 꿈꿨거늘//행여나 아니어라/속내 몰래 저어하면//떨어진/저, 저 꽃잎들/핏빛으로 물들라.

2021-09-07

이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김락기 시조시인·칼럼니스트 지금은 혼재사회 시대다. 자연과 사회 환경이 뒤섞이다 못해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듯하다. 일반인의 상식과 이전에 겪던 순리는 힘을 잃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촌의 삶을 온통 뒤바꿔놓고 있다. 변이·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왕의 독감바이러스를 밀어내고, 우리네 안방을 차지하면서 백신을 무력화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깊어지는 건 비대면 사회다. 일본 도쿄 무관중 올림픽 경기나 계좌입금 경조사, 재택근무, 밀키트 배달주문 같은 단면들로 알 수 있다. 통계청은 작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1~2인 가구가 60%에 이른다고 했다. 혼자만의 비대면 세계 속 생활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것이 일상화될수록 필연적으로 자기만의 생각이나 상상력이 보다 더 활용된다. 상상력은 시세계의 공기라 할 수 있다. 평소 잊고 지내던 공기를 새삼 들이마시듯 이제 상상력은 일상인 누구나 수시로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시인만의 주된 전유물이 아니다. 시세계의 상상과 일상의 현실이 혼재하는 시대, 코로나19 대처에 백신투여와 거리두기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아픔이 크다. 당국은 면역력 강화조치와 더불어 치료제 개발,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비대면·대면 연계 생활의 주도면밀한 체계적 일상화로 서민생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환상과 현실이 융합된 확장현실(XR)이 화두가 되는 이즈음, 이른바 메타버스 세상이 바투 다가왔다.한편 정치적 분야의 우리네 혼재사회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요지경 세상이다. 신비롭기는커녕 그저 기이·혼탁·불순한 혼돈사회다. 여야가 따로 없다. 국리민복보다 사리사욕에 매몰되어 이합하는 붕당 무리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토리 키재기식의 후보들이나 어느 당대표의 경박한 언행, 그간 여러 번 겪어오면서도 누구로든 정권교체만 하면 된다는 발상들…. 한심하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은 물론 작년 4·15 총선 부정선거(설)는 사전투표로부터 여태 대법원 선거재판에 이르기까지 비정상 정국상황임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다. 사전 투표제 폐지와 완전 수개표 같은 제도적 보완 없이는 정권교체가 쉽지 않을 거다. 되레, 이런 상황은 머잖아 수렁에서 이 나라를 구할 크나큰 인물의 출현을 예고하는 징조일지 모른다.끝으로, 참과 거짓을 잣대로 하여 일반인이 살아가는 유형을 살펴본다. 거짓인 줄 알면서 이를 두둔하거나 모르는 체 눌러 사는 사람, 거짓을 참인 것으로 알고 거짓이라 하는 이를 도리어 나무라는 사람, 거짓인 줄 알고 이를 참되게 바로 잡고자 하는 사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들에게 시시비비를 묻기가 난감하다. 나부터 어느 부류인지 자문해본다. 거대담론을 꺼내다 말고 용두사미로 그친다. 단시조로 해량을 구한다.‘XR의 길’코로나는 미물인가저 하늘의 전령산가 여야정 분탕질로한 치 앞이 안 보여도정신줄단디 붙들 때새길 번히 나투리.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