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외국인 인력난 심화에
농업용필름 등 자재값마저 들썩
靑 국민청원에까지 하소연 등장
경북도 “마땅한 대책 없는 실정”

5월 본격적인 농번기가 찾아 왔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력수급 문제에다 농자재 가격 인상까지 겹쳐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매년 농번기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어 왔다. 특히, 농어촌의 만성적인 일손 부족을 돕는 해결사 역할을 했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입국이 막히면서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나마 가용할 수 있는 유휴인력들마저 지자체 공공근로로 모두 빠져나가 농촌의 일손부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건비마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농번기 일당은 8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12만원까지 대폭 상승했다. 인력 수급도 어려운데 일당마저 올라 열심히 농사를 지어봤자 손해라는 것이다.

경북도는 농민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 농번기 일손 부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올해 국민 참여형 농촌 일손돕기와 경북도 전 부서, 향우회, 취미클럽 등이 참여하는 농촌 일손돕기 추진 및 도내 23개 시·군과 유관기관, 산하기관, 농협 등의 참여를 통해 농번기 일손부족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양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농번기 인력이 없어 매년 지자체 및 각 기관·단체에서 시행하는 일손돕기 등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에 따른 비싼 인건비로 농사를 짓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농자재 가격까지 꿈틀대고 있다. 영농철을 앞두고 농업용 필름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가격이 30% 가량 상승한 것.

경북 안동의 한 농자재 판매점에 따르면 비닐하우스용 파이프의 경우 30%가량 올랐고, 농사용 필름 등 일부 자재도 10% 상승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업용 필름업계는 지난 1월 계통공급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농산물 소비위축, 자연재해 발생여파 등을 감안해 농가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수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업용 필름 제조사들이 가격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제조업계에 따르면 석유에서 추출해 플라스틱 원재료를 생산하는 유화업체들이 농업용 필름에 사용되는 VA(초산비닐아세트)함량 3%인 EVA수지의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EVA(VA함량 3%) 수지의 지난해 평균가격은 1㎏당 1천626원이었으나 올해 3월 2천180원으로 34.1%가 올랐다. 이로 인해 멀칭용 필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영농철을 앞두고 농업용 필름을 제조할 원료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올해 초 미국 텍사스지역의 한파로 인해 석유화학 생산시설이 셧다운(가동중단)이 되면서 공급차질을 불러와 석유화학 원자재의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농업인들의 농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탄저병 등 병해충 때문에 고추농사는 노지재배가 점점 어려워 비닐하우스를 신축하는 농민들이 많은 데 올해는 대부분의 농촌에서 하우스 신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5월부터 비닐하우스 자재인 철 파이프 가격이 10%나 인상되고 물건을 내놓지 않는 매점매석이나 다름없는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농민들이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농자재 가격마저 올라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는 농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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