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손편지로 전하는 감성 영화

배우 강하늘. /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강하늘이 설렘 가득한 손편지를 쓰는 청춘의 얼굴로 관객들을 찾는다.

22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강하늘은 쾌활했다. 비대면 인터뷰가 어색한 듯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 같다. 뉴스에서만 보던 건데”라고 농담을 건네며 크게 웃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손편지를 주고받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삼수생 영호(강하늘)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친구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엄마와 함께 부산에서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아픈 언니에게 도착한 편지에 답장하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영화의 배경은 2003년, 액정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핸드폰이 혁신적이던 시대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SNS)가 없던 시절, 두 사람은 손편지로 아날로그 감성을 전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 영화 속 각자가 쓴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강하늘과 천우희 목소리에는 청춘의 풋풋함과 설렘, 애틋함이 담겨있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 예전에 연애편지 썼던 기억이 많이 났다”며 “공감이 많이 가서 내가 이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영화 속 편지들은 실제 강하늘이 몇 번씩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직접 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주는 아니지만, 평소에도 자기 생각을 말보다는 쪽지 같은 글로 전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편지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호는 강하늘과 많이 닮아있다.

“원래는 강하늘보다는 작품 속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연기를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영호가 강하늘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 자체가 그랬거든요. 감독님도 영호와 소희가 연기자의 느낌을 담아내는 편안한 인물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호의 반응이나 표정이 저를닮은 것 같아요.”

영화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두 사람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진모 감독은 최근 간담회에서 “사랑을 시작하고 나서 그 사랑이 어떻게 되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도착하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아지트필름 제공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아지트필름 제공

강하늘 역시 “누군가와 러브라인이 있고, 거기에 장애물이 설정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며 “감독님과도 정의하는 역할을 하지 말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살아가면서 뭔가에 항상 확신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확신하기 전 단계가 주는 설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호는 소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위안을 얻는다. 공부에는 뜻이 없는 삼수생 영호에게 하루하루는 의미 없이 흘러갈 뿐이지만, 소희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읽어내려가며 삶에 의미를 찾아간다.

“위안이라는 게 특별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말 한마디, 눈빛 한마디에도위안을 받잖아요. 영호는 소희를 통해 삼수생으로서 성적을 잘 받는 것 말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설렘을 느낀 것 같아요. 편지를 쓰면서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된것 같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거죠.”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차분하다. 각 인물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에서 풀어낸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실제 만나 호흡을 맞추는 장면보다 편지를 읽는 목소리를 듣고 연기한 장면들이 많다.

강하늘은 “다른 연기자가 녹음해준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연기하는 부분이 새로웠다”며 “목소리만 들으니까 상상하게 되고, 표현하는 부분이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즐거웠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