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에서 불안과 불면증 등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시민들이 포항 청하에 있는 ‘마음 치유농장’을 찾아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현장을 본지 기자가 취재(4월12일자 1면)했다. 트라우마센터 도움을 받는 지진피해자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마저 장기화하면서 정신적 피로도가 아주 심한 상태다. 4년 이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시민이 치유농장에서 꽃향기와 흙냄새를 맡으며 채소를 심고 자연건강식으로 지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면서 독자들도 덩달아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 지진 발생 후 밖에 나가는 게 무섭고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만 우울한 기분과 불안한 마음이 들어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고 있다는 한 시민은 “치유농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우울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고, 온전히 자연에 집중하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케어팜’으로 불리는 치유농장은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치유농장 간의 연계를 통해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진흥청이 앞장서서 농업의 치유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를 검증해 오고 있으며 원예, 곤충, 자연경관, 동물매개 자원 등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장 확산을 위해 ‘치유농업추진단’을 신설했다는 소식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추진단은 다양한 치유농업 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성을 검증해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달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 법률에 근거해 국가자격증인 치유농업사 제도도 곧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 중에 경북도와 서울시에 치유농업을 전담하는 센터도 설립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문제는 치유농업의 자생력이다. 치유농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지원과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다. 치유농업의 원조격인 유럽의 농업국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서 치유농장이 우리 농촌지역 곳곳에 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