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 등록일 2021.02.02 19:24
  • 게재일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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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 철

죽은 사람이 살다 간 남향(南向)을 묻기 위해
사람들은 앞산에 모여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소년들은 잎 피는 소리에 취해 산 아래로 천 개의 시냇물을 띄웁니다. 아롱아롱 산울림에 실리어 떠가는 물빛, 흰나비를 잡으로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저 아래 저 아래 개나리꽃 피우며 활짝 핀 누가 사는지?

조금씩 햇빛은 물살에 깎이어갑니다. 우리 살아 있는 자리도 깎이어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로 부서집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흰 모래 사이 피라미는 거슬러 오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그대를 위해 사람들은 앞산 양지쪽에 모여 있습니다

양산 양지쪽에 모여 죽은 이들의 무덤을 남향받이로 모시는 산골짝 사람들의 장례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외딴 산골짝의 이 조촐한 제례를 보여주며 시인은 흰 모래 사이의 피라미와 죽은 이들이 환생한 흰나비를 등장시키며 이승과 저승의 거리를 초월하는 시인 정신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아득하고 진지한 장례풍경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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