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앞둔 예비 중·고생들 사이에 ‘교복 무용론’ 제기
대면수업 불안정 우려 靑 게시판에 ‘사복 등교’ 청원도
1명당 2~3벌 구입해오다 1벌로 줄여 교복점은 ‘울상’

“작년 이맘때 몇십 만 원을 주고 아이 교복을 맞췄는데, 정작 학교 간 날이 얼마 되지 않아 1년 된 옷이 새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교복이 꼭 필요한가요? ”

지난 주말 주부 이모(43·북구 창포동)씨는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의 교복이 생각나 옷장에서 꺼내고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 본 아들은 그새 키가 훌쩍 커버려 바지 밑단을 조금 늘여야 했다. 몸집도 덩달아 커져 동복 셔츠는 아무래도 한 치수 큰 것으로 새로 사야 할 판이다. 이씨는 “새 옷이나 마찬가지인 교복을 체형 변화에 맞춰 새로 장만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않다. 포항시에서 교복구입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등교 수업이 정상화되기 전까진 교복을 새로 사는 것도, 교복지원금도 모두 낭비”라고 지적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코로나 시대 속 ‘교복 무용론’이 제기됐다. 올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가닥이 잡히지 않은 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등교하는 날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신입생들은 교복을 맞춰야 할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예비 고등학생 김모(16·북구 흥해읍)양은 “코로나 확산 정도에 따라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병행될 텐데 정작 학교 가는 날은 한 달에 최대 보름 정도일 것”이라며 “학교에 며칠 가지도 않으면서 학생들 대부분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생활하는데 교복을 굳이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역 내 일부 학교에서는 할인된 가격에 단체로 교복을 공동구매하기도 한다. 오는 2월 신입생 예비소집을 앞둔 학교들이 최근 교복 공동구매에 나섰는데 신청기한이 임박하자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다음에 등교수업이 정상화되면 그때 교복 공동구매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4일 교복 대신 사복을 입게 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중학생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코로나19가 사그라들고 등교 정상화가 되기 전까지 사복을 입고 등교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체형 변화로 교복이 몸에 맞지 않은 학생들은 구입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고작 학교 몇 번 가려고 교복 구입비를 지출하기 부담스럽다는 학부모들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25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주관하는 교복 공동구매 권고액은 30만5천478원(동복 21만7492원, 하복 8만7천986원)으로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생활과 관계자는 “올해 등교개학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언제부터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특정날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교복 착용에 관해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일정 등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하기 어려운 올해 학사일정에 경북 영주의 한 중학교는 1학기에는 일상복을 입고, 2학기 하복부터 교복을 입을 예정이라고 학부모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코로나19가 사라질지 모르고 올해 또다시 개학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교복전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온라인 수업 등의 여파로 등교 일이 줄면서 올해는 특히 교복을 한 벌씩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12년째 교복점을 운영해 온 A씨(64·북구 상원동)는 “그동안 가게를 하면서 이렇게 손해를 볼 정도로 장사가 안된 적이 없었다”며 “예년 같으면 학기 시작하기 전인 연초부터 4월까지는 교복을 2∼3벌씩 사가는 것은 기본이고 치수를 바꾸려고 찾아오는 손님이나 문의전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제는 매출 감소로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교복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다음 주중 올해 학사운영 지원방안과 함께 등교수업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중대본 회의에서 “봄에는 등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학생과 학부모님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며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격차 우려와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 등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이날 ‘학교가 코로나19의 감염확산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국제보건기구(WHO) 연구결과도 거론했다. 사실상 교육부에 등교수업 재개 방안을 요구한 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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